매일신문

경신고 '입시명문' 발돋움 주역…31일 정년퇴임 김호원 교장

"제자 위해선 없는 공부방법도 찾는 게 교사"

"공부에 왕도가 없다고들 하지만 제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왕도를 찾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교사의 본분 아닐까요."

김호원(61'사진) 경신중학교 교장이 35년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31일 정년퇴임한다. 1977년 경신고 교사(국어)로 첫 부임한 그는 부장교사, 교감, 교장으로 33년을 경신고에서 보냈으며 경신고를 '입시명문 사립고'로 발돋움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정년퇴임식(27일)을 앞두고 만난 김 교장은 진한 아쉬움으로 소회를 대신했다.

"첫 부임 때부터 교감 승진 때까지 20년간 고3 담임교사를 맡았어요. 고 석인수 교장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별세하시면서 물려받은 교장직에도 8년간 있었고요. '학력 가치' '인화단결'을 기치로 전 교사들이 열정을 불태웠지요."

김 교장은 경신고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로 불린다. 그가 교감, 교장직을 맡았던 1990년대 중반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경신고는 서울대 등 유명대학 진학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목고를 제외한 전국 일반계고 중 가장 많은 서울대 합격자를 낸 적도 있었다. 이는 풍부한 입시지도 경험 덕분이었다. 그는 "서울의 유명 입시학원으로 자료를 구하러 뛰어다니던 일, 밤을 새워가며 입시 잣대를 만들던 일이 눈에 선하다. 저뿐 아니라 모든 교사들이 '한번 해보자'는 열의가 대단했다"고 회고했다. 1교시 수업 전 '0교시'와 '보충수업'이 있었고, 교사들도 밤 늦도록 남아 학생들을 지도했다. 이런 성과 덕분에 김 교장은 이성한 전 덕원고 교장과 대구 입시계의 쌍벽으로 곧잘 거론된다. 김 교장은 "남들은 경쟁 고교로 봤겠지만, 우리 둘은 나이도 비슷하고, 진학부장, 교장 취임까지 비슷해 지금도 둘도 없이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 김종년 전 경신교육재단 이사장에 대한 애틋함도 잊지 않았다. 김 교장은 "당신이 '학교 때문에 돈을 벌었으니 학교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셨다. 선생님들 회식 때도 빠지지 않고 자리를 함께하면서 격려하셨다"고 회고했다.

김 교장은 "경신의 발전이 대구교육의 발전이라는 생각으로 교단생활을 했다"며 "보낸 세월에 비해 개인적 성과는 이에 못 미처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반평생을 한 학교 울타리 안에서 보낸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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