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
인구 11만 명의 작은 섬나라, 19세의 '신예'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일을 냈다. 주인공은 바로 그레나다의 키러니 제임스. 제임스는 3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400m 결선에서 '거함' 라숀 메리트(미국)를 상대로 짜릿한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새로운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제임스의 기록은 44초60으로, 44초63을 기록한 메리트와는 간발의 차이였다.
제임스는 이날 경기에서 남자 400m '세계 최강' 메리트에 뒤지다 직선 주로로 접어들면서 막판 스퍼트를 내기 시작, 맹추격 끝에 결승선 10m를 남겨두고 따라잡은 뒤 1위로 골인했다. 승부를 일찌감치 결정짓기 위해 초반부터 속도를 내며 질주한 메리트과 달리 힘을 비축해뒀다 막판 스퍼트에 승부를 건 작전의 승리였다.
제임스는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 긴장하지 않고 스스로의 목표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개인적으로도 기쁘지만 국가(그레나다)를 대표해 출전한 세계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국가를 알리게 돼 더 기쁘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주니어 무대에서 200m와 400m를 휩쓸었던 제임스는 두 번째 출전한 성인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라숀 메리트, 제레미 워리너(미국)와 함께 남자 400m의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임스는 2005년 헬싱키 대회에서 제레미 워리너가 세운 대회 400m 최연소 금메달 기록(21세 193일)을 18세 242일로 갈아 치웠다.
반면 메리트은 막판 체력 저하로 다 이긴 경기를 내주며 선수권대회 2연패에 실패했다. 메리트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연속 석권했지만 금지 약물 양성 반응으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선수 생활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가 최근 복귀했고, 이번 대회에서 명예 회복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메리트은 "좋은 경기를 했고, 앞만 보고 달렸다"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벨기에의 쌍둥이 형제 케빈'조너선 보를레(23)는 3위(44초90)와 5위(45초07)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대구스타디움엔 이번 대회 홍보대사이자 수영 400m 세계 챔피언인 박태환이 찾아와 우승자 제임스를 축하하며 꽃다발을 안겼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