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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꾼 켐보이 우승 '차차차'…男 3,000m 장애물 경기 2연패

에제키엘 켐보이(케냐)가 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3,000m 장애물 경기에서 1위로 골인한 후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에제키엘 켐보이(케냐)가 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3,000m 장애물 경기에서 1위로 골인한 후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에제키엘 켐보이(29'케냐)가 실력뿐만 아니라 스타성까지 입증했다.

켐보이는 1일 열린 남자 3,000m 장애물 경기에서 반 바퀴를 남기고 벼락같이 선두로 튀어나와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며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출발은 15명 중 꼴찌였다. 6바퀴 반을 돌 때까지 있는 듯 없는 듯했다. 그러나 반 바퀴를 남겨놓고 그의 진가는 유감없이 발휘됐다. 작심한 듯 선두로 치고 나왔고, 깜짝 놀란 팀 동료이자 최대 경쟁자인 브리민 키프루토가 힘을 내 쫓았지만 거리는 점점 멀어질 뿐이었다. 켐보이는 승리가 확실시되자 결승선에 들어오기 전부터 관중석을 쳐다보는 여유까지 부렸다. 2위 키프루토와는 1.20초나 차이가 났다.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케냐 동료 리처드 마텔퉁을 0.46초의 간발의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할 때와는 다른 압도적인 승리였다.

켐보이는 결승선을 지나고 나서 독특한 세레모니를 선보여 '스타성'도 입증했다. 결승선 통과 직후 어퍼컷 세레모니로 승리를 자축하는가 싶더니 트랙에 엎드려 키스를 퍼부었다. 이어 벌떡 일어나 윗옷을 벗어 던진 채 엉덩이춤을 추기 시작했다. 관람객들도 흥에 겨워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면서 관람석 구역마다 엉덩이춤을 선사했다.

켐보이는 "대구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려고 춤을 췄다. 친절하고 호의를 베풀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고 말했다. 또 켐보이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세 개와 금메달 두 개를 땄는데 다음 모스크바 대회에서 우승해서 금 셋, 은 셋 균형을 잡고 싶다"고 말했다.

켐보이는 경기 전부터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각종 주니어 대회를 휩쓸며 '아프리카 최강'으로 불린 켐보이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승하며 성인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우승과는 별 인연이 없었다. 2003년 파리 대회, 2005년 헬싱키 대회, 2007년 오사카 대회까지 3회 연속 2위에 그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국제무대 성적 가운데 최하위인 7위에 머물렀다. 절치부심 끝에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명예회복한데 이어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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