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남자 1,500m 준결선에 오른 선수들이 총성과 함께 출발하자 경기장 허공에 매달린 에어리얼(Aerial) 카메라가 이들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랙 안쪽을 오가는가 싶던 카메라가 순식간에 선수들 앞으로 자리를 옮기자 전광판에는 10여m 앞서 가는 카메라를 선수들이 뒤쫓아 뛰는 듯 모습이 중계됐다.
같은 시각 경기장 4층에 있는 카메라 조종석에서는 움직임이 바빠졌다. 카메라를 조종하는 '파일럿'이 헤드셋을 쓴 채 게임기와 같은 조종판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카메라 위치를 움직이자 옆에 있던 다른 요원은 눈앞의 모니터를 보며 카메라 앵글을 조절해 선수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최첨단 영상장비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대회 주관 방송사인 KBS는 이번 대회의 중계를 위해 총 116대의 카메라를 투입하고 있는데 에어리얼 카메라와 레일 위를 달리는 '트레일'(Trail) 카메라는 국내 육상대회 사상 처음 동원된 스포츠 경기 전문 촬영장비다.
'4점식 케이블 캠'이라고도 불리는 에어리얼 카메라는 무게 4㎏의 카메라를 4개의 케이블로 연결한 뒤 3개의 모나터를 이용해 경기장 전체를 돌아다니며 선수들의 모습을 촬영한다. 카메라에 연결된 케이블은 높이 33m의 경기장 천장 4곳에 각각 연결돼 있으며 카메라는 좌우뿐 아니라 땅에서부터 최대 25m 높이까지 오르내릴 수 있다.
트레일 카메라는 100m 트랙을 따라 놓인 레일 위로 카메라가 선수들과 함께 움직이며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장비다. 카메라를 싣고 레일 위를 움직이는 '진동방지헤드' 카메라, 레일 등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진동방지헤드의 최대 속도는 초속 12m에 이른다. 100m를 주파하는 데 8.34초밖에 걸리지 않아 시청자들은 빠른 속도로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두 장비는 스포츠 경기에서 최고의 장비로 분류되는 만큼 이를 다루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에어리얼 캠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엔지니어, 장비 조종사, 안전요원 등 6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브레트 크리첼(36) 씨는 "9년째 이 장비만을 다루고 있는데 상당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레일 캠 역시 카메라 엔지니어 등 9명이 장비를 다룬다.
이 같은 최첨단 중계 장비 덕분에 경기장을 찾지 못한 이들도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KBS 김성훈 테크니컬 매니저는 "필드 안에서는 카메라 사용이 제한적이어서 생생한 화면을 전송하기 힘들지만 첨단장비들을 이용하면 선수와 함께 있는 듯 착각이 들 정도"라며 "박진감 넘치는 화면 제공을 위해 더욱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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