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선을 뒤흔든 10번의 전투, 생중계하듯…

조선전쟁 생중계/ 정명섭, 김원철, 신효승, 이노우에 히로미, 최민석 글

임진왜란 탄금대 전투 당시 일본군 뎃포 아시가루(조총 병사). 오른쪽 팔목에 감은
임진왜란 탄금대 전투 당시 일본군 뎃포 아시가루(조총 병사). 오른쪽 팔목에 감은 '하나와'는 조총을 발사하기 위한 도화선, '구치구스리이레'는 발화용 화약을 담는 통, 허리에 찬 작은 가방은 '도란'으로 화약이나 탄환을 보관하는 용도였다.
임진왜란 탄금대 전투 당시 일본군 뎃포 아시가루(조총 병사). 오른쪽 팔목에 감은
임진왜란 탄금대 전투 당시 일본군 뎃포 아시가루(조총 병사). 오른쪽 팔목에 감은 '하나와'는 조총을 발사하기 위한 도화선, '구치구스리이레'는 발화용 화약을 담는 통, 허리에 찬 작은 가방은 '도란'으로 화약이나 탄환을 보관하는 용도였다.

조선전쟁 생중계/ 정명섭, 김원철, 신효승, 이노우에 히로미, 최민석 글/김원철 그림/북하우스 펴냄.

500년 조선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를 소개하는 책이다. 전장별로 전략과 전술을 설명하고, 병사들의 무기와 전투상황 등을 그림으로 상세하게 보여준다. 전쟁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시시각각 변하는 전투상황을 살펴보고, 다양한 전투를 통해 역사의 이면을 파헤치고 있다.

조선은 건국 초기에 적극적으로 북방영토 개척에 나서, 세종대왕 때 최윤덕 장군이 압록강 상류에 4군을 설치했고, 김종서 장군이 두만강 하류에 6진을 만들었다. 조선의 이 같은 움직임은 여진족의 반발을 불렀고, 이에 세종대왕은 여진족의 근거지를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조선은 두 번에 걸쳐 이른바 '파저강 야인정벌'을 펼쳤으며, 이를 두고 야인정벌, 침략, 혹은 개척 등 다양한 평가가 있다.

당시 조선조정에서 이 정벌에 관해 찬성과 반대, 중립, 조건부 찬성 혹은 조건부 반대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책은 당시의 여진족과 관련한 국경정세를 비롯해 '파저강 야인정벌'을 놓고 조정에서 펼쳐졌던 토론내용과 발언자, 토벌규모, 전투상황 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거의 600년 전의 상황을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생생하게 복원한 것이다.

임진왜란 초기 조선의 기대주 신립장군은 탄금대에서 일본군에 패했다. 이 전투는 기병으로 여진족을 물리친 바 있는 신립장군이 '기병중심전투'를 고집하는 바람에 대패한 전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워낙 군사력 차이가 컸기 때문에 신립장군이 어떤 전술을 썼더라도 궁극적으로 승리할 수 없는 전투였는지도 모른다.

신립이 이끄는 조선정예군과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일본군이 격돌하기 전, 조선군 지휘부에서는 조령의 험한 지형을 배경으로 싸우자는 주장과 들판에서 결전을 벌이자는 주장이 맞섰다. 충주목사 이종장과 종사관 김여물은 조령의 험한 지형에 의지해서 싸우자고 했지만, 신립장군은 들판을 고집했다. 조선군 지휘부가 격론을 벌이는 동안 일본군은 지형이 험한 조령을 통과했다. 당시 일본군 내에서는 '이 험한 지형에 적군이 매복하지 않았을 리 없다'며 몇 번이나 망설이고, 정탐을 내보낸 후에 조선군이 없음을 알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통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전장소로 들판을 택한 신립장군은 일본군이 조총으로 무장하고 있음을 알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조총을 조심하라는 유성룡의 말에 '그게 쏜다고 다 맞겠나?'라고 반문할 정도였다. 이미 오래 전 일본이 통일전쟁을 치를 당시,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의 오다 노부나가가 당시 일본 최강으로 알려진 다케다 가쓰요리의 기병대를 일거에 격파했음을 몰랐던 것이다. 그때부터 일본군은 조총으로 칼과 활, 창, 말로 무장한 군대와 싸워서 이기는 요령을 터득했던 것이다.

창과 칼, 활로 무장한 신립의 기병은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쳤지만, 수적 열세에다 화기의 차이, 병사들의 숙련도의 차이, 잘못된 전술 등으로 참패하고 말았다. 신립장군은 조선군이 난도질되어 죽거나 생포된 뒤 달려드는 일본군을 피해 남한강으로 몸을 던졌다. 지옥 같았던 7년 전쟁의 서막에 어울리는 비참한 최후였다.

책은 '파저강 야인정벌'과 '탄금대 전투'를 비롯해 행주산성 전투, 칠천량 해전, 명량해전, 노량해전, 사르후 전투, 쌍령전투, 광교산 전투, 손돌목돈대 전투 등을 다루는데, 국사 교과서에서 흔히 들었던 전투는 물론이고 이름도 생소한 전투도 소개한다. 특히 각 전투를 이야기하면서 전술이나 전투상황, 군대의 규모뿐만 아니라, 전투가 일어난 역사적 배경과 전투 전후 상황에 대한 역사적 가치평가까지 시도하고 있다. 352쪽, 1만6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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