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선선한 바람

세상이 점점 탐욕에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치인들은 권력을 유지하기에 급급해 갖가지 개발 공약을 쏟아 놓고 있고, 일반 대중들은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가고 있다. 인간의 탐욕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인간의 끝없는 탐욕은 우리에게 갖가지 재앙으로 다가올 뿐이다.

개발에 환호하는 사람들은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며 그들을 거세게 비판한다. 이 같은 인간 앞에 산천의 생명체들은 늘 불안에 떨고 있다. 인간을 진정으로 잘살게 하는 것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 인간은 자연과 진정한 교감을 나누지 않으면 결국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에 부딪힐 때 무엇이 본질이고 중심인지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사소한 것에 매달리다 보면 정말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놓치고 만다.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는 지켜야 하지만, 세속적인 이해관계에 지나치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바야흐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9월이 시작됐다. 지난여름은 유례없이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렸다. 또 서울에는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도 많았다. 신(神)이 우리에게 내려준 아름다운 자연을 개발논리에만 치우쳐 훼손한 것도 여기에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어쨌든 지난여름은 개발논리에 따른 마찰음과 함께 끊임없이 내리는 비와 간간이 내비치는 햇살로 인해 후텁지근한 기분을 떨쳐내기가 어려웠다.

"오늘은 날씨가 후덥지근하여 조금만 걸어도 속옷에 땀이 밴다." "장마철이 되자 끈적끈적하고 후텁지근한 공기가 짜증을 나게 했다."

앞서의 문장에 나오는 '후덥지근하여' '후텁지근한'에 대해 알아보자. '후텁지근하다'는 불쾌하게 무더운 기운이 몹시 있다는 뜻으로 날씨가 후끈거려 짜증나게 덥고 끈적끈적해 불쾌할 때 쓰이는 표현이다. "후텁지근한 무거운 열기는 깊숙이 도시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로 쓰인다. '후덥지근하다'는 열기가 차서 조금 답답할 정도로 더운 느낌이 있다는 뜻으로 "방 안은 후덥지근한 열기로 가득 차 마치 목욕탕처럼 후끈거렸다."로 활용한다. '후덥지근하다'가 예전에는 '후텁지근하다'의 잘못된 표기로 한동안 표준어로 인정을 받지 못하였으나 이제는 두 단어 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준어로 등재돼 있다. 이제부터는 '후덥지근하다'를 잘못된 표기로 알아 쓰지 않거나'후텁지근하다'로 고치지 말고 '후텁지근하다'보다 무더운 정도가 덜할 때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 결실의 계절 가을이 왔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후텁지근한 공기가 싹 가시고 풍요로움만 가득 찼으면 좋겠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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