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물의 세계] 동물의 수혈과 혈액형

누구나 살아가면서 큰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사고가 일어나면 실혈(失血)로 인해 응급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환자의 혈액형과 일치하는 혈액을 수혈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실혈이 아닌 경우에도 수혈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빈혈이 심한 경우나 용혈성 질환이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대비하여 헌혈을 권장하고, 혈액을 비축해 두는 것이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실혈이나 빈혈이 발생하였을 때, 수혈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긴다. 하지만 동물의 혈액은 사람의 혈액과 같이 비축해 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공혈견의 혈액을 채혈해서 수혈을 하게 된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혈액형을 알게 되기 때문에, 헌혈이나 수혈을 할 때,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들은 혈액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은 ABO식과 Rh식 혈액형이 널리 알려져 있고, ABO식에 따라 크게 4가지 혈액형으로 구분한다. 동물은 종에 따라 혈액형의 수도 다른데, 소는 12가지, 말은 7가지, 양은 8가지, 돼지 15가지 등으로 다양하다. 반려동물로 가장 많이 키우는 개는 13가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보호자들 중에서 강아지의 혈액형을 아는 사람은 5%도 안 된다.

얼마 전, 식욕이 없고, 매우 마른 상태로 병원에 온 개가 있었다. 진단 결과, 자가면역성 용혈성 빈혈이었다. 이 질병은 자기 혈구를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켜서 적혈구의 용혈이 일어나서 빈혈을 일으키는 것이다. 혈액검사 결과가 너무 좋지 않아서 수혈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어서 수혈을 하게 되었다. 수혈을 하고 나서 상태가 호전이 되었지만 계속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삽살개는 선천적으로 이 질병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은 견종이다. 코카스파니엘, 푸들 같은 견종도 이에 해당된다.

수혈을 시행할 때는 꼭 혈액응집 반응검사를 해봐야 한다. 적합하지 않은 혈액을 수혈한다면 항원-항체반응이 일어나고 적혈구의 용혈이 일어나게 된다. 수혈을 처음할 때는 혈액형이 달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2번 이상의 수혈을 받는 상황이나 임신 경험이 있을 때는 적합하지 않은 혈액을 수혈했을 때에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자신이 키우는 동물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수혈에 관한 정보와 동물의 혈액형을 미리 알아두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동물들도 수혈시스템이 잘 갖춰져 불의의 사고를 당한 동물이 제때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최동학 (동인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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