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분별한 사퇴와 출마의 반복은 제재해야

서중현 대구 서구청장이 14일 사퇴했다. 이날 아침 간부회의 때 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점심때 사직서를 냈다. 서 구청장은 '총선 출마와 시끄러웠던 이마트 비산점의 도매업 전환, 서부시장 재개발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총선 출마를 이유로 서 구청장의 사퇴는 오래전부터 예견됐지만 이번 사퇴는 누구도 알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서 구청장은 각종 선거에서 8번 떨어진 끝에 2007년 대구시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했다. 1년 뒤인 2008년, 윤진 서구청장이 낙마하자 무소속으로 보궐선거에 출마해 서구청장에 당선했으며, 지난해에는 재선에 성공했다. 이러한 역정 때문에 8전 9기의 신화를 이룩한 인물로 언론에 소개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의 사퇴는 서 구청장의 지난 행보에 미뤄 석연치가 않다. 서 구청장은 2007년 대구시의원 보궐 선거에서 당선하고 나서, 2008년 4월에 있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2개월 뒤인 6월의 구청장 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했다. 총선 출마를 위해 구청장직을 사퇴한다는 이번의 해명과는 앞뒤가 맞지 않다. 시의원과 구청장직을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한갓 도구로 생각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려고 시의원을 사퇴했을 때 시의원 보궐선거를 치렀다. 또 이번에도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서 구청장 한 사람 때문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보궐선거를 두 번이나 치른다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사퇴 시기도 묘하다. 현행 법상 자치단체장은 총선 출마 120일 전에 사퇴하면 된다. 총선에서 여러 가지 유리한 점이 많은 자치단체장직을 사퇴하면서 총선에 대비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서 구청장의 사퇴는 그를 지지한 서구 주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처신이야 개인의 자유지만, 일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민선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점에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번 사태에서 나타났듯 무분별한 사퇴와 출마의 반복은 제재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행정 공백뿐 아니라 보궐선거에 따른 국가적 낭비를 부른다. 유권자는 이를 엄중하게 심판해야 한다. 유권자를 버린 후보자에게 또 표를 던지는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는 자신의 이익에만 따라 움직이는 철새 정치인을 양산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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