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세계육상선수권 대회가 열리기 1주일 전, 대구 모 호텔의 연수장에 붙여 놓은 현수막 문구이다. 이 연수의 성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 외국 선수단이 속속 대구에 오고 있는 시점에서. 보편적이라면 티베트에서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 선수를 인솔하고 온 코치들을 위한 연수로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티베트에서 온 코치의 연수회가 아니었다. 티베트는 이번 대회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중고등학교 선생님 대상의 디베이트 코치 직무연수였다. 호텔에서 디베이트를 잘못 알아듣고 티베이트로 쓴 것이다.
아직 디베이트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용어이다. 적당한 우리말 대체 용어가 없어 디베이트를 그대로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디베이트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디베이트라고 하면 리베이트라고 알아듣는 사람도 많다.
디베이트는 찬반이 확실한 주제를 선택해서, 발언 시간, 발언 순서를 미리 정해서 하는 형식적인 제약이 큰 토론을 말한다. 초중고 학생들은 주로 교육적 토론이라고 하는 퍼블릭(Public) 디베이트를 많이 한다. 디베이트를 하면 언어의 4가지 기둥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능력이 향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조사하기, 인터뷰 능력도 향상된다. 그야말로 일석육조이다. 그래서 디베이트를 '공부의 오케스트라'라고 한다.
지식을 아는 만큼, 알고 있는 지식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우리의 교육은 지식을 이해하고, 이해한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푸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학입시라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 수시전형 등 대학전형제도가 선진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지식 암기형, 교사 주도 문제 풀이형 수업과 평가로 대학교에 가기 어렵다. 오히려 비판적으로 읽고, 머릿속에서 재조직화하여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
우리 교육청은 2학기부터 '대구의 모든 학생들이 디베이트하는 날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디베이트 중심 도시 대구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먼저 PREP법으로 대구 학생들의 말문을 트기 위한 교육을 시작한다. 모든 학생들이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학급회의 시간, 국어과, 사회과 수업시간에 PREP법을 활용한 나의 주장을 발표하는 훈련을 학기당 1회 이상 할 예정이다. 연말에는 교육청 단위의 나의 주장 발표하기 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디베이트 프로그램을 활용한 토론 활성화를 위해서 디베이트 클럽 운영, 디베이트 대회 개최, 토요디베이트 학교 운영, 디베이트 캠프 개최, 고3 면접 대비를 위한 디베이트 교실, 디베이트 코치 연수, 교사연구회 운영 등을 한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100년 전부터 디베이트 교육을 해왔다. 디베이트 교육을 통해 지도자들을 길러낸다고 한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 독일 교육 이야기'라는 책에 독일의 모든 학생들은 토론의 달인이라고 한다. 전국 교육청 단위로는 처음 시작하는 디베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대구의 모든 학생들이 독일 학생처럼 토론의 달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구의 모든 학생들이 디베이트(Debate) 하는 날까지!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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