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가을맞이 건강노트

요새 날씨 변화의 폭이 심상치 않다. 갑자기 가을이 왔나 싶더니 추석 즈음에 찾아온 늦더위는 다시 옷장에서 여름옷을 꺼내게 했다. 수그러들지 않는 늦더위에 몸의 기력이 지쳐갈 때 볼멘소리로 불평을 했더니 동료가 "이 쨍쨍한 햇살이 있어야 곡식이 잘되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들판의 곡식들에게는 여름 내 잦은 장마로 부족했던 햇살의 영양분을 늦게나마 듬뿍 받아서 풍요로운 추수를 확보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음에 새삼 감사하게도 느껴졌다. 하지만 올 늦더위는 세기적인 기록과 함께 전국에 동시다발적인 정전사태를 불러 온 국민에게 불편과 고통을 남기면서 요란스럽게 물러갔다.

이제는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과 상쾌함이 느껴지는 가을로 접어든 것 같다. 가을하면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 등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 수식어의 내용은 쾌적하고 먹을 것 많은 그야말로 걱정이 없는 살만한 계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몸하고 연결 짓는다면 여름 내 고갈된 체력을 이 시기에 잘 보충해서 다가오는 동장군의 시기를 대비하라는 뜻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가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가을 날씨의 특징이 일교차가 크고 공기가 건조해서 독감, 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는 호흡기 질환에 걸리면 치료 기간이 길고 자칫 다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모름지기 모든 질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기 위해 미리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독감 바이러스는 10월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해 다음해 4월까지 이어진다. 인체가 항체를 만드는데 2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예방접종은 독감이 유행하기 최소 2주 전까지는 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9∼10월 초까지는 접종을 마치는 것이 좋다. 예방백신을 접종할 때는 특히 몸의 상태가 좋을 때 하도록 하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우리 몸에 균을 집어넣는 작업이므로 자칫 감기 기운이 있거나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을 때는 예방이 안 되고 병을 만들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하루에도 10℃가 넘는 일교차를 보이며, 아침저녁에는 서늘한 기운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 그 만큼 하늘은 더 높고 푸르다. 일 년 365일 중에 이 가을만큼 쾌적한 나날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 본다면 하루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귀한 순간에 우리 몸을 위하는 일을 의식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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