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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부간 강간죄' 성립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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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이 흉기로 아내를 찌르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25일 강간죄를 적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 이유로 강간죄의 대상으로 규정된 '부녀'에 결혼한 배우자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강제로 성관계를 가질 권리까지 있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2009년 부산지법이 처음 인정한 이후 '부부간 강간죄'가 성립된 세 번째 판결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고법이 항소심 재판부로는 처음으로 '부부간 강간죄' 판결을 내렸었다. 대법원에는 1970년 부부간 강간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이후 유사 사건이 올라온 적이 없었다. 그로 인해 대법원에서 장기간 별거 등으로 사실상 혼인 관계가 파탄 난 경우 이외에는 부부간 강간죄가 인정된 적이 없다.

이에 대해 논란의 여지는 있다. 지속적 성관계를 전제로 하는 혼인 관계의 배우자에 대해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가 있었을 경우 폭행죄를 적용할 수는 있지만 강간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제3자가 알기 힘든 부부 생활의 내밀한 영역까지 국가가 개입해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의 재판부 역시 그 같은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의 자기결정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속하며 결혼을 통해서도 유지된다는 점에 무게를 두었다고 할 수 있다. 호주제 폐지의 예에서 보듯 남성 중심의 문화가 바뀌는 시대상을 반영한 판결처럼 이번 판결도 부부 사이의 성 문제에 대해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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