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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획의 강렬한 놀림, 들풀처럼 번지는 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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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락 작
임현락 작

하늘에서 먹선이 비처럼 지상으로 내리꽂힌다. 또는 땅에서 먹선이 들풀처럼 일어난다.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10월 16일까지 열리는 기억공작소 '임현락' 전시의 풍경이다.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점과 획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3차원 공간을 바탕 삼아 거친 붓으로 추상적인 세로획을 그어 내린 수묵 드로잉처럼 보이기도 하고, 본질이 아닌 것을 태워버리고 남은 야생식물들이 흩날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은 '들풀'에 대한 작가의 기억들이다. 이것을 위해 작가는 천장에서 바닥을 잇는 폭 3~8㎝, 길이 100~400㎝ 크기의 획을 그은 투명필름 100여 개를 설치하고 바닥에 그 시작점을 일치시켰다. 그래서 마치 들풀이 전시장 콘크리트 바닥에서 자라나는 것만 같다. 미세한 움직임이 더해지면 수묵 획이 흔들리면서 신비로운 느낌까지 전해준다.

작가는 이번 작업에 '1초 수묵'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불교에서 1찰나는 75분의 1초에 해당하며, 모든 것이 1찰나마다 생겼다가 멸하고, 멸했다가 생기면서 계속된다고 가르친다. 작가는 이 1초라는 시간, 그리고 생의 본질로서 호흡을 수묵 정신과 연결시켰다. 한 획을 긋기 위한 정신적 긴장상태, 작가는 그것을 '1초'라고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동양회화의 본령으로서 획의 순간성에 주목했다. 한 획과 작가가 일체화되는 경험은 작가와 한 몸이 되어 수묵으로 다시 탄생하는 것이다.

전시장에서 사람들은 작가와 하나가 된 획을 발견할 수 있고, 그 미세한 떨림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원시 자연을 대표하는 들풀의 한가운데서 회화를 만나는 기분이다. 한편 임현락의 시선 '바람이 일다' 워크숍이 10월 8일 오후 2시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열린다. 참가 예약은 28일부터. 053)661-3517.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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