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달 1일 7시간 동안 '야단법석' 마련, 문경 보현정사 현공 스님

"거룩한 가르침보다 말없는 자연의 메시지가 더 진실"

9년만의 야단법석 부활을 앞둔 25일 현공스님이 보현정사에서 이번 행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9년만의 야단법석 부활을 앞둔 25일 현공스님이 보현정사에서 이번 행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우주에는 200억 개의 별들이 있는데 인간도 하나의 별입니다. 이 우주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의 존재에 대해 한번 느끼고 가라는 뜻에서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현공 스님은 "나란 존재가 만인의 별은 되지 못해도 이웃들을 위한 작은 등불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종교를 떠나 힘든 심신을 잠시 내려놓고 서로 간 야단법석을 떨며 자기를 되돌아보는 유익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문경시 문경읍 백화산 자락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보현정사(주지 현공)에서 10월 1일 오후 4시부터 7시간 동안 '야단법석'(野壇法席)이 크게 난다.

보현정사의 야단법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3년부터 2002년까지 10차례의 야단법석이 마련돼 사부대중들에게 즐거움과 자아 성찰의 기회를 주었다.

조계종 내에서 문화포교의 대명사로 불리는 비구니 스님 현공이 기획, 연출 등 총감독을 맡고 있는 이 야단법석은 국내에서는 1천300여 년 전 원효 스님이 화엄벌(현 경남 양산 내원사)에서 1천 명을 모아놓고 화엄경을 강설한 야단법석 이후 처음으로 맥을 잇는 법회로 이후 불교 산사음악회로 전파됐다는 게 조계종 내 정설이다.

그러나 10년간 진행돼 온 이 야단법석은 2002년 현공 스님의 스승격인 정일 큰스님이 입적한 후 중단됐다가 9년 만에 다시 부활하게 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야단법석의 주제는 '이 뭣고, 살아 있는 강처럼 깨어 있어라'인데, 현공 스님의 "자연과 함께하지 않는 날은 잃어버린 날이다. 항상 의식의 날을 세워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연회귀 본능이 있으며 "자연을 보고 느끼고 듣고 가면 뭔가 생긴다"는 수행자 현공의 남다른 철학이 숨어 있는 것이다.

현공의 야단법석은 종교를 초월하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으로 축제적인 성격을 띠면서 사부대중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절에 법문만 있으면 사람들이 많이 오겠습니까. 가장 중요한 포교는 문화포교입니다. 거룩한 가르침보다는 자연이 주는 무언설법과 메시지가 가장 강력하고 진실합니다. 문화포교는 갈등을 해소하고 사부대중들의 발길을 더욱 잦게 만드는 힘이 있지요."

이번 야단법석의 규모는 참가자가 수천 명으로 예상되며 스태프만 100여 명이 넘는 대형 문화축제이기도 하다. 공양 잔치국수도 3천 그릇을 준비한다.

가수 이동원과 테너 김민성의 가요, 연제식 신부(은티마을 성당)의 창작가요를 비롯해 소동 김석환(서양화가)의 작품 전 등 20여 종류의 공연과 작품전이 좁은 수행처 보현정사에서 다 이뤄진다.

70㎡(20여 평) 남짓한 법당과 주변 백화산 자락이 모두 야외 법당과 무대가 되는 셈이다.

특히 보현정사에는 정'관계 등 다양한 계층의 심신 돈독한 불자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왓장 하나 단청 하나 없이 지붕 한쪽이 푹 내려앉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을 비우는 '무소유'를 눈으로 몸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야단법석'은 많은 사람이 모여 떠들썩한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본래는 '법당 밖까지 자리를 마련하는 큰 법회'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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