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카운트다운'만큼 긴장감 넘치는 설정도 없다.
정재영'전도연 주연의 영화 '카운트다운'도 간이식만이 희망인 한 시한부 삶의 사나이가 펼치는 고군분투 액션 영화다.
피도 눈물도 없는 채권추심원 태건호(정재영)는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간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살 수 있는 시간은 3개월. 10일 안에 간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그의 삶은 끝이다.
그는 죽은 아들의 장기를 받은 사람들을 찾아나선다. 그 중 심장을 기증받은 차하연(전도연)을 찾아내 돈을 대가로 수술을 약속받는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차하연은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둘러대는 사기꾼이다. 번번이 그를 속이고 도망가고 그는 그녀를 뒤쫓는다.
차하연은 과거에 자신에게 사기를 친 조명석(이경영)을 찾아가 복수극을 벌인다. 태건호는 차하연을 뒤쫓지만 그녀에게 100억원을 빼앗긴 조명석과 역시 사기를 당했던 흑사파 두목 '스와이'(오만석) 일당의 싸움에 휘말리고 만다.
'카운트다운'은 시간은 흘러가고,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여자를 잡아 수술대에 눕혀야 하는 한 남자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리고 있다. '칸의 여왕' 전도연과 연기파 배우 정재영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영화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남자가 매력적이지만 사악한 '팜파탈'(악녀)을 만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투박하지만 정직한 남자와 자칭 '미스 춘향'으로 남자를 속이고 다니는 여자의 동행은 시한폭탄처럼 흡인력을 자아낸다.
영화는 초반부터 액션과 추격으로 관객을 스크린으로 몰입시킨다. 전기충격기를 들고 단신으로 악당 속에 뛰어들어가 무심한 표정으로 싸우는 건호의 액션은 짜릿한 긴장감을 끌어낸다. 시장 골목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전과 쇼핑백에 든 돈을 두고 사람이 붐비는 백화점에서 벌이는 추격 장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다.
무엇보다 정재영과 전도연의 매력이 한껏 빛이 나는 영화다. 정재영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냉혹하게 살아가는 불행한 한 남자의 투혼을 묵직하게 보여준다. 특히 전도연은 특유의 간드러지는 목소리에 온몸에 색과 사기의 기운을 철철 보여주며 호연한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낭창한 톤의 목소리로 스크린을 장악해버린다.
'카운트다운'은 흥미로운 설정에 강력한 액션과 주연배우의 호연으로 신선한 한국형 액션영화로 다가온다. 적어도 절반까지는 팽팽한 리듬으로 극이 유지된다.
그러나 후반부로 넘어들면서 이야기는 액션에서 드라마로 선회한다. 건호의 죽은 아들과 17세에 낳아 버려둔 하연의 딸이 개입되면서 '신파'로 흘러버린다.
냉혹한 사나이의 얼굴이 눈물로 얼룩지고, 차가운 여자에게 엄마의 정이 흐르면서 잘 나가던 영화의 긴장감은 깨어져버린다. 마지막 10여분간은 주인공의 회상과 참회로 관객의 눈물샘을 억지 자극한다. 초반에 흐르던 신비감은 사라지고, 긴박감 넘치던 죽음의 카운트다운은 '둘, 둘 반, 둘 반에 반, 둘 반에 반에 반에 …' 질질 끌면서 관객의 맥을 풀어버린다.
감독의 초심이 액션과 신파로 관객에게 영합하려는 흥행적 사심이 끼면서 처참하게 깨어져버린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흡사 두 사람이 감독한 것처럼 '변질'되어 버렸다.
'카운트다운'은 절반의 입장료로 절반만 볼 수 있다면 좋을 영화다. 29일 개봉. 러닝타임 119분. 청소년 관람 불가.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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