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백종원 갑질 비판하던 저격수의 갑질…허위 보도하고 나 몰라라

지난해 8월12일
지난해 8월12일 '매불쇼'에 출연한 유튜버 김재환 씨. 유튜브 갈무리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갑질 의혹' 영상으로 최근 큰 수입을 올린 전직 MBC 프로듀서 출신 유튜버 김재환 씨는 최근 영상을 하나 더 올렸다. 더본코리아가 창고에 보관한 닭꼬치 비닐 포장 겉면에 '식품표시'가 적혀 있지 않아 관련 법을 위반했다는 취지였다.

취재 결과 이 닭꼬치는 더본코리아 제품이 아니었다. 예산시장 영세상인이 판매를 위해 보관하던 닭꼬치였다. 김 씨가 확인하지 않은 제품 아랫면에는 식품표시가 적법하게 적혀 있었다. 김 씨는 현장 취재와 확인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저 "제보자 증언과 영상이 그랬다"고 답할 뿐이었다.

김 씨 영상을 본 피해상인은 억울함에 정정을 요청했다. 이에 김 씨는 "(당신 닭꼬치는) 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및 벌금에 해당하는 제품"이라며 "앞으로는 답장도 없고 메일을 읽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갑질 고발로 스타가 된 김 씨는 영세상인을 상대로는 '초갑'의 위치에 서 있었다.

30일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오재나'에 "백종원 대표님, 이 닭꼬치 먹어도 되는 건가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김 씨는 누군가가 창고 안 닭꼬치 상자를 열고 닭꼬치 비닐 포장 윗부분만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며 "더본코리아가 창고에 보관한 식자재 중 제가 제일 놀랐던 건 닭꼬치입니다. 소비기한 표시가 아예 없네요. 제품명도 없고 성분 표시도 없습니다. 박스에도 비닐 포장된 제품에도 누가 만들었는지 원산지는 어디인지 성분은 뭔지 아무 표시가 없어요"라고 했다.

유튜버 김재환 씨가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유튜버 김재환 씨가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오재나'에 올린 영상 속 제보 영상. 김 씨는 이 영상 제보를 근거로 이 제품이 불법이라고 단언했다. 그런데 현장 확인 결과 제보자는 닭꼬치 비닐 포장 윗면만 확인하고 아랫면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랫면에는 식품표시가 적법하게 붙어 있었다. 유튜브 갈무리

더본코리아가 식품표시가 없는 '무자료 제품'으로 사업을 진행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을 위반했다는 의혹 제기였다. 이 법에 따르면 '식품'에는 제품명과 내용량, 원재료명, 영업소 정보, 주의사항, 품질유지기한 등이 식품표시에 적혀야 한다.

불똥은 더본코리아가 아닌 예산시장 한 구석에서 닭꼬치를 파는 한 영세상인 A 씨에게 튀었다. 영상에 나온 닭꼬치가 더본코리아 제품이 아니라 A 씨의 제품이었기 때문이었다.

A 씨는 22일 오후 10시49분 김 씨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항변하며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식품표시가 정확히 부착된 제품 사진과 거래처와의 거래명세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자신의 제품 관련 게시물까지 모두 같이 보냈다. 그러나 12시간이 지난 23일 오전 10시47분 돌아온 건 검사의 공소장 같은 답이었다.

"1. 영상에 나온 제품은 '박스 및 제품 필수 표시사항 미표기'로 '식품 등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영업정지 및 별금에 해당하는 제품임. 박스, 제품 모두 없었다는 게 제보자의 증언임.

2. 당신과 더본코리아의 관계 및 더본이 당신을 어떻게 활용해왔는지는 잘 알고 있음.

3. 더본이 여러 축제에 상인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닭꼬치를 팔았다는 증언 있음. 당신도 맥주축제 B와 D의 스낵존에 부스 내고 닭꼬치를 팔았음.

4. 네이버 등에 '무라벨 닭꼬치' '예산시장 닭꼬치' '오재나 닭꼬치' 검색해도 안 나옴. 당신 피해 없음.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한 건은 디시인사이드를 상대로 글을 신고하거나 고소해서 해결해야 함. 1~5를 토대로 다시 방송하게 된다면 오히려 당신의 피해가 예상됨.

5. 오재나는 백종원에게 질문했는데 당신이 답변해야 할 이유가 없음. 영상 업로드 전후 전문 변호사의 검토 결과 정정해줄 내용 전혀 없음. 앞으로는 답장도 없고 메일을 읽지도 않을 것입니다. 영상에 추가로 이의제기를 하고 싶다면 정식으로 법적 절차를 밟아주십시오."

김 씨 답변은 기초 정보조차 틀린 답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따르면 운반을 목적으로 제작된 '겉상자'에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서 정한 표시사항을 표시 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 제품에만 표기하면 된다.

그 외에도 모든 요청을 '나 몰라라' 하는 김 씨 태도에 A 씨는 망연자실했다. 그런데 최초 답장에 "앞으로는 답장을 안 할 것"이라고 한 김 씨가 첫 답장을 보낸 뒤 3시간 뒤쯤인 같은 날 오후 1시55분 돌연 A 씨에게 다시 전자우편을 보냈다.

"거래명세표에서 거래처 정보를 지웠네요. 당신이 평소 판매하는 제품이 정상적인 생산업체에서 생산된 정상 제품인지 검증하기 위해 식품 전문 변호사와 축산물 가공품 제조 컨설턴트가 아래 정보를 요청합니다. 축산물 가공품 정상 제조사인지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입니다.

1. 납품처 법인 사업자등록증
2. 축산물가공품(분쇄가공육) 허가증
3. HACCP 인증서
4. 공인자가품질검사서 (월1회) - 올해 실시된 6회분
5. 품목제조보고서 (닭꼬치 제품)

추후 부착한 것으로 보이는 제품 라벨을 찍어 보내셨던데 아무 정보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선명하게 찍은 라벨도 보내주십시오. 그래야 식품 등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사항에 대해 체크할 수 있습니다. 위 정보는 '지금 현재' 당신이 닭꼬치가 판매하는 제품이 정상 제품인지 확인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당신은 맥주축제 등에서 제품을 팔아 왔습니다. 더본 솔루션으로 탄생한 회사고요. 위 자료를 보내주시면 세밀하게 검증해 보겠습니다."

A 씨는 '유죄 추정의 원칙'에 적용된 예비 범죄자가 돼 있었다. A 씨는 "이런 식으로 무관한 사람도 억측으로 죄인 만드는 사람에게 내 거래처를 다 표시해서 보낼 수 없었다. 소중한 내 거래처가 피해를 받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 원래 다른 사업을 하던 사람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예산시장에서 오래 지켜 온 건강원 자리를 이어 받길 원하셔서 더본코리아 컨설팅을 받아 닭꼬치튀김집을 차린 것"이라며 "처음 컨설팅을 받을 때 더본코리아 닭꼬치와 빵가루, 소스류 추천을 받았지만 난 스스로 일어섰다. 닭꼬치 공급처도 내가 뚫었다. 자꾸 내가 더본코리아 따라 지역축제를 따라다녔다고 하는데 맥주축제 딱 한 번 갔다. 예산에서 열리니 당연히 매출 확대를 위해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시작 전 컨설팅 한 번 받았다는 이유로 허위 사실을 보도하고선 내가 더본코리아와 한몸이라고 계속 주장하는 건 예산시장에서 건강히 자리잡으려고 한 내 노력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 출신 프로듀서와 '사이버 렉카' 차이는 뭘까

매일신문은 사실 확인을 위해 24일 오전 김 씨 영상 속에 나온 예산시장 인근 창고를 직접 찾았다. 김 씨 영상 속 동일한 상자를 찾아 한 번도 개봉하지 않은 새제품을 열었다.

충남 예산군 예산읍에 위치한 냉장냉동창고. 이곳엔 더본코리아 외 예산시장 상인들의 제품이 보관돼 있었다. 최훈민 기자
충남 예산군 예산읍에 위치한 냉장냉동창고. 이곳엔 더본코리아 외 예산시장 상인들의 제품이 보관돼 있었다. 최훈민 기자

상자를 덮은 테이프를 칼로 뜯고 열자 김 씨 영상처럼 비닐 포장된 닭꼬치가 나왔고 실제 윗면엔 식품표시가 없었다. 그런데 닭꼬치 비닐 포장을 뒤집자 김 씨가 영상에서 다루지 않은 아랫면엔 식품표시가 적법하게 붙어 있었다. 김 씨 영상에서 제보자로 등장한 사람은 닭꼬치 상자를 연 뒤 닭꼬치 비닐 포장 윗면만 카메라로 비췄었다. 김 씨는 이 영상을 근거로 이 닭꼬치가 무자료 제품이라고 단정했다.

매일신문은 유튜버 김재환 씨의 영상에 담긴 충남 예산군 예산읍에 있는 냉장냉동창고를 24일 직접 찾아 닭꼬치 새제품 상자를 열고 실제 닭꼬치 식품표시 부착 여부를 확인했다. 최훈민 기자
매일신문은 유튜버 김재환 씨의 영상에 담긴 충남 예산군 예산읍에 있는 냉장냉동창고를 24일 직접 찾아 닭꼬치 새제품 상자를 열고 실제 닭꼬치 식품표시 부착 여부를 확인했다. 최훈민 기자

매일신문은 닭꼬치 식품표시에 적힌 닭꼬치 공급업체도 찾았다. 공급업체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식품제조공장이었다. 이곳은 2700㎡(약 800평) 규모 부지에 지어진 연매출 70억원의 닭가공 전문공장이었다. 한화그룹사 아워홈과 하림그룹사 한강식품에도 납품하는 곳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이 공장이 닭꼬치 비닐 포장 아랫면에 식품표시를 부착한 이유도 확인됐다. 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냉장 상태로 가공된 닭꼬치는 상자에 가득 담긴 뒤 냉동돼 출고된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상자를 열었을 때 닭꼬치를 빼기 위해 손을 집어넣어 틈이 없다. 그래서 이 공장은 닭을 받은 사람을 배려해 상자를 열고 상자째 뒤집으면 식품표시가 바로 눈에 들어오도록 '식품표시 하단 부착 방식'을 적용해 왔다.

공장 관계자는 "우리도 영상을 봤다. 어이가 없었다. 현장에서 어떻게 제품을 포장하는지 왜 그런 식으로 포장하는지 현장 철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저지른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했다.

24일 매일신문은 유튜버 김재환 씨가 무자료 닭꼬치라고 주장한 닭꼬치 제조 공장을 직접 찾았다. 공장 관계자는 친절히 닭꼬치 제품을 매일신문에 공개하며
24일 매일신문은 유튜버 김재환 씨가 무자료 닭꼬치라고 주장한 닭꼬치 제조 공장을 직접 찾았다. 공장 관계자는 친절히 닭꼬치 제품을 매일신문에 공개하며 "어이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김재환 "더본 물품 보관 장소에 있던 닭꼬치는 더본에 질문하는 게 당연"

매일신문은 김 씨 입장이 궁금해 29일 김 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문자를 보내자 "화요일 올릴 영상 작업하느라 정신이 없다. 문자로 질문 주면 바쁜 일 끝내고 확인하겠다. 더본코리아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질문이라면 답신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매일신문은 "(당신) 영상에 닭꼬치 확인하는 부분을 보면 '더본 닭꼬치에 식품표시가 없다'고 나오는데 확인해 보니 1) 더본 닭꼬치가 아니었고 2) 식품표시는 하단에 부착돼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해서 연락했다"는 카톡을 보냈다. 그러자 김 씨는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내왔다.

"1) 더본은 몇몇 축제에서 닭꼬치를 팔았다. 예산시장 내 점포를 통한 경우도 있고, 다른 상인을 통한 경우도 있는데 두 경우 모두 더본과 이 창고와 관계됐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어떤 경우라도 더본이 물품을 보관하던 장소에 있던 닭꼬치에 대해 더본에 질문하는 게 당연하다.

이 닭꼬치가 자기 물건이라고 주장하며 5월에 100개를 주문한 거래명세표를 보내온 상인이 있었다. 3월20일 영상(제보자가 보낸 영상)에는 각 100개 이상이 든 박스가 족히 수십 개가 있었는데 거래처를 가린 100개짜리 5월 명세서만 증거라며 보내왔다. 이 점포는 더본 솔루션을 받아서 소스 등 더본 식자재를 공급 받아온 업체인데 자기 물건이라 주장한 것이다. 사실상 더본과 한몸인 업체다. 합법적인 생산 과정을 거친 제품인지 확인하기 위한 자료와 3월20일 이전 자료를 요청했으나 이후 답이 없었다.

2) 당시 닭꼬치 박스는 지금 모두 사라졌다. 박스, 제품 모두 필수 표시사항이 없었다는 게 제보자의 증언이고 당시 현장 영상에서도 라벨을 확인할 수 없었다. 자기 물건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라벨이 찍힌 흐릿한 사진을 보내왔는데 제대로 찍힌 사진을 보내달라 했으나 답은 없었다. 언제 찍은 사진인지도 답하지 못했다. '오재나' 공개 후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의 라벨에 나온 공급처도 알려주지 않아 적격 공급업체인지 확인도 불가하다. 닭꼬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자격을 갖춰야 한다. 식품표시가 하단에 돼 있었다는 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매일신문은 "영상을 보면 제보자는 제품 윗면만 확인할뿐 아랫면을 확인하지 않았다. 제보자의 영상만 보고 실제 현장 확인을 안 한 건가?" "당신은 피해상인에게 '(제보자가 영상을 찍은) 3월20일 이전 자료를 요청했으나 이후 답이 없었다'고 했는데 당신이 피해상인에게 보낸 답신 2통을 모두 확인했지만 그런 요청은 없었다. 어찌된 것인가" 물었다.

그는 추가 질의를 확인하지도 답도 하지 않았다.

이 일은 제보자가 보낸 영상이더라도 김 씨가 현장을 직접 찾아 닭고기 비닐 포장 아랫면만 확인했으면 없었을 일이었다. 적법한 제조공장에서 제조된 건지 여부도 보도 뒤 피해상인에 따질 게 아니라 현장을 먼저 확인했으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창고는 더본코리아만 쓰는 곳이 아니었다. 이 창고 소유주는 "더본코리아뿐만 아니라 예산시장 상인 등이 많은 사람들이 임차해서 쓰는 곳이다. 지금 다 차서 더 받지도 못하는 곳"이라고 했다.

지난해 2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김 씨에게 '백종원'은 캐시카우가 됐다. 지난해 2월5일 첫 영상을 올린 뒤부터 최근까지 약 1년5개월 동안 김 씨는 공개영상을 총 177개 올렸다. 건강과 재테크 등 일반영상 164개 평균 조회수는 4.7만뷰였다. 백종원 관련 영상 13개의 평균 조회수는 101만뷰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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