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대출 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한때 전면중단까지 선언했다가 다시 재개하는 과정에서 은행마다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 등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창구 문을 다시 열긴 했지만 은행들의 문턱은 크게 높아지고 있어 당장에 돈이 급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들기까지 정부 역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게다가 양적 문제뿐만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게 우려스럽다.
흔히들 가계부채 800조원 시대를 이야기한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정확히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분기 가계부채가 876조3천억원인데, 이 정도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렇게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을까? 단순하게 원인을 찾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IMF 사태(외환위기)로 인한 타격이 가장 컸을 것이다. IMF 이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먹고살기 위해 빚을 내야 했다. 또 부동산 폭등기에 너도나도 담보대출을 해서 집을 샀다. 당시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의 문턱을 많이 낮추었던 탓도 있다.
게다가 주거비와 교육비, 통신비 등의 필수적인 지출은 꾸준히 늘었다. 결과적으로 지출이 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게다가 대학등록금은 얼마나 뛰었나? 자녀들 대학등록금 마련하느라 빚내는 게 다반사였다. 여건이 안 되는 서민들은 하는 수 없이 고금리의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2002년 이후 대부업체의 합법화도 가계부채 악화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우리나라를 두고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고금리를 합법적으로 인정한 나라라는 비아냥이 나올까. 연리 39%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데다 등록이라는 아주 간소한 절차만으로 금융업을 하도록 허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연리는 15∼20% 범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분명 문제가 있다.
어쨌거나 가장 염려되는 것은 서민들이다. 당장에 대출 문이 닫혀 있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딱한 형편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이번 정부의 규제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서 미소금융 등을 비롯한 미시적인 정책들을 적극 가동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가계대출의 근본적 처방책으로 가계대출의 총 양보다 구조적 측면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주택담보대출 구조상 변동금리가 월등히 많고, 이자만 갚는 대출도 상당수라는 점을 눈여겨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금리 인상에 있어서도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에 차등을 두는 방법도 구조적 문제점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또한 부동산 경기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보다는 수요자 위주의 정책을 만드는데 치중했으면 한다. 부동산정책과 금융정책의 엇박자를 줄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가계의 혼란을 줄이는 지혜도 필요하다.
(구미 탑정형외과연합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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