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1-하이킹
친구와 휴일에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을 떠나기로 했다. 내가 나이 먹은 세월만큼이나 어릴 때 타던 자전거도 나이를 먹어 먼지가 수북하였다. 게다가 바퀴를 보니 펑크까지 나 있었다. 바퀴를 교체하고 우여곡절 끝에 자전거 안장에 올라탔다. 오랜만에 타니 재미있었다. 물론 물과 간식도 가방에 넣어서 달렸다. 자전거의 묘미는 역시 모르는 길을 찾아가고 처음 보는 길을 탐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멀리 가야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성주를 목적지로 정하고 계속 달렸다. 가다 보니 처음 보는 큰 새도 보이고 참외 하우스도 보이고 개들도 보였다. 계속 달리다 보니 성주에 도착했다. 도착해 성밖숲을 둘러보았다. 나무들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었고 휴일이라 돗자리를 펴고 놀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날이 지기 전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다시 대구로 자전거 폐달을 밟았다. 오는 길에 갑자기 바퀴가 안 구르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펑크가 난 것이다.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오는데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너무 힘들어서 오는 길에 대실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왔다. 시간은 총 7시간이 걸렸고 거리는 집에 와 거리를 계산해 보니 왕복 50㎞였다. 대장정이었다. 힘은 들었지만 내가 뭔가를 이룬 것 같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엔 철저한 계획하에 자전거를 타고 국토대장정을 도전해보아야겠다.
우종현(대구 달서구 이곡동)
♥수필 #2-짐을 이고 기어다니는 개미
주말을 맞아 할머니 댁에 갔다. 할머니 댁에는 조그마한 밭과 평상이 있어 좋다. 특히 평상에 누우면 몸과 정신이 한결 가벼워지고 산과 나무가 펼쳐진 풍경이 보인다. 그리고 따스한 햇볕과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까지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최상의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큰 대(大)자로 뻗어 있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눈이 스르르 감기고 만다. 달콤한 낮잠을 자려던 찰나 다리에 간지러움을 느낀다. 무엇 때문인가 보니 개미가 내 다리를 기어다닌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보던 개미가 아닌 학교 운동장에서 많이 보던 까만 개미였다. 놀라서 그만 개미를 털어내니 바닥에 개미들이 쉬지도 않고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개미들은 지치지도 않을까 생각을 하다가 이번에는 자기 몸집보다 더 큰 빵 부스러기를 지고 움직이는 개미가 눈에 띄었다. 그러면서 나는 개미도 저렇게 사는데, 하는 생각에 잠기며 내 삶을 떠올렸다. 성인이 되니 일상은 바쁘게 돌아가는 삶에 치이고, 정신 없기 일쑤인 하루하루라는 시간의 연속이 전부였다. 내가 짊어지고 있는 책임감, 의무감 등을 벗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여러 번 했는데 개미를 보면서 인생의 짐을 이고 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따지고 보면 그 어느 누구나 자신보다 크고 무게 또한 엄청 나가는 짐을 지고 산다. 그리고 그것을 짊어지고 돌아다녀야 한다. 짐을 지고도 바삐 움직이던 개미는 큰 수확을 볼 것이다. 사람 또한 그렇지 않을까? 개미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며 삶에 대한 불평, 불만을 줄여보고자 다짐한다.
장희지(대구 북구 고성동3가)
♥시 #1-매일신문을 기다리며…
일주일 만에 돌아오는 애인을
아침부터 목 빼고 앉았다.
기다림이 고프듯
내 배가 고파오면 휘익 던지고 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고 고마워하는 나,
나뿐이 아니더라.
신문을 들여다볼세라 걸려오는 친구의 전화는
축하전화 아니면 섭섭함 그리고 맨 나중에 자축이다.
서로 경쟁하듯 금요일 21면에 투고를 하고 일주일을 기다리는 동안 행복하다.
이렇게 한 애인을 두고도 다투지 않는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보도 없이 그저 애인이 선택하기만을 기다리는 아름다운 경쟁자다.
비뚤비뚤, 어린아이가 처음 글자를 쓰듯 설익은 표현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사랑해"라는 화답이 오면 더 이상의 행복은 없다.
나 한번 사랑하고, 너 한번 사랑하고
우리들의 애인은 이렇게 공평하게 사랑을 말한다.
기다림이 헛되지 않게.
박선민(대구 달서구 유천동)
시 #2 ♥콩 나무
웃자란 새순을 따주면
콩 많이 맺는다 하여
엄지, 검지로
똑딱 똑딱
여린 잎 목을 따다
불쌍한 것!
콩이 덜 맺으면 어때서…
반 남기고 돌아오다.
가물던 콩밭에
며칠 동안
하늘이 물을 주었다.
똑딱 똑딱
목 아팠던 콩 나무에 콩이 조롱조롱
웃자란 것은
허리춤까지 올라와 반기지만
그냥 나무로 서 있다
아파했던 것은 콩 나무가 되었고
웃자란 것은 나무도 아닌 것이
그저 초록색이다.
양일용(대구 달서구 용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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