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최근 '2011년 중증장애인 공무원 특채 합격자'를 발표했다. 지역에서는 경북 포항의 박문성(36) 씨가 환경부 행정직 9급 명단에 올랐다. "어릴 적 오른팔이 절단되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테니스'탁구를 즐기는 등 주위 사람들이 장애인이라는 인식을 못 할 정도로 생활하고 있는 노력파"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었다.
합격 소식을 접한 박 씨는 감격했다. 인생의 굴곡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2남 1녀 가운데 장남인 박 씨는 4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팔꿈치를 절단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아버지가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포스코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던 아버지는 높은 곳에서 실족, 2년 6개월 병상에서 사투를 벌였다고 한다.
아버지의 사고가 장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 때문인 것 같아 미안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벽은 너무도 높았다. 2001년 경기도에서 장사를 했지만 실패했다. 급한 마음에 대리운전을 하기도 했으나 사회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사라진 한쪽 팔만큼이나 큰 불신이었다.
설 곳이 좁아지자 다시 포항으로 내려왔다. 고향에서조차 발 디디지 못한다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어렵게 폐기물 수집을 전문으로 하는 우정환경㈜에 입사할 수 있었다. 입사 후가 더 문제였다. 폐기물을 들고 나르는 일은 한쪽 팔만으로는 불가능할 때가 더 많았다. "이를 악물었습니다. 사회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고 여기서 죽자는 생각으로 일에 매달렸습니다. 한쪽 팔이 없다는 생각을 버리자 주변의 시선도 서서히 저를 정상인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안정을 찾자 같은 처지의 중증 장애인들에게 눈길이 쏠렸다. 이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던 중 중증장애인 공무원 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의욕적으로 덤벼 지난해 금강환경유역청에 도전했지만 다시 한 번 실패를 맛보았다. 한 번의 실패는 그의 열정을 가로막지 못했다. 올해 다시 응시해 합격한 것이다.
공직생활 각오도 남다르다. "다른 분들처럼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보다 더 열심히 해야 된다"는 박 씨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욕심 내지 않고 한 걸음씩 나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포기했던 경제학 공부도 다시 시작하고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는 계기로 만들겠습니다"고 말했다. 대도초교, 포항중, 오천고, 선린전문대를 졸업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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