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환영할 만하다. 개성, '열린 성'이라는 의미다. 그곳에 공단이 만들어지면서, '성이 열렸다'. 북한에게는 개방의 성이고, 우리 중소기업들에게는 희망의 성이며, 남북관계에서는 평화의 성이었다. 홍준표 대표는 개성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그동안 남북경제협력을 퍼주기라고 비판했던 벽이 허상이었음을, 또한 북한에 대한 제재가 사실은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더 큰 절망이었음을 확인했기를 바란다. 이 시대, 우리에게 개성공단은 무엇인가?
개성은 고려의 수도였다. 국제무역항 벽란도를 낀 국제적인 상업도시였다. 그곳에 개성공단이 서 있다. 개성은 남북관계의 거울이다. 한때는 희망의 땅이었다. 북한의 대포가 있던 곳에 공장이 들어섰다. 경제가 군대를 밀어내고, 평화가 대립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희망이 불안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개성은 비바람 치는 광야에서도 꺼지지 않은 촛불이었다. 남북관계 악화로 모든 길이 끊어졌을 때, 유일하게 열려 있었다. 모든 남북경제협력을 중단시킨 5'24 조치가 비켜간 공간이었다. 물론 남북 관계에서 경제협력은 정치 군사적 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도 왜 단 하나의 기업도 개성공단에서 철수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개성공단의 공장 부지는 평당 14만9천원으로 한국의 20분의 1에 해당한다. 임금은 월 기본급이 61달러이지만 잔업이나 인센티브, 그리고 복지 후생비를 포함시켜도 100달러 이하다. 한국의 20분의 1, 중국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북측 노동자들의 숙련도는 빠르고, 이직률이 없다. 한국 중소기업들, 특히 국내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봉제나 신발과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들의 마지막 비상구다. 경제적 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리고 이곳을 포기하면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기업들은 불안해하면서도 떠날 수 없었다.
홍준표 대표의 방문으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날까? 아직도 악화된 남북관계의 상처들이 개성공단에 널려 있다. 1단계 100만 평만 하더라도 입주율이 37%에 불과하다. 5'24 조치로 신축 중이던 공장 건설이 중단된 채로 방치되고 있다. 정부가 대북 투자를 전면 동결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 가고 싶은 중소기업들은 아주 많다. 낮은 임금은 모든 악조건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인 기술경쟁력을 가진 대기업들도 위기를 느낀다. 중소기업들은 더 절박하다. 개성공단은 국내에서 경쟁력을 잃고, 해외투자에서도 실패한 중소기업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막을 이유가 없다. 중소기업은 고용 효과도 크다. 개성공단이 커지면, 국내의 연관 산업도 살아난다. 개성공단의 모든 원자재와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사업기획, 광고와 홍보, 그리고 영업이 남쪽에서 이루어진다. 개성공단이 커질수록 국내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개성공단을 살리는 첫 번째 길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통관, 통행, 통신 즉 3통 문제는 정부차원의 관계에 달려 있다. 정부의 공적 투자도 필요하다.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입주하려면, 북한의 노동력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개성에는 123개 업체에 북측 근로자 4만6천420명이 일하고 있다. 이제 추가적인 노동자들은 개성 바깥에서 조달해야 한다. 그래서 북측 노동자들의 숙소가 필요하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 중에는 자체적으로 기숙사를 운영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아파트형 공장을 비롯한 영세업체들도 적지 않다. 정부의 공적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개성공단 살리기를 미룰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북중 경협 때문이다. 북한이 과도하게 중국경제에 편입되는 것은 남북경제공동체의 기반을 허무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정체되면, 결국 압록강 하구의 '황금평' 같은 중국 공단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북한의 저렴하면서도 솜씨 좋은 노동력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
개성은 우리 중소기업에 희망의 땅이고,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설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평화의 소중함을 본다. 그리고 이제 막혀 있는 남북관계에서 전환의 계기다. 호혜적인 협력의 가능성, 그것이 남북관계를 풀어야 할 근거다.
김연철 인제대(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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