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당과의 차별을 부르짖으며 이른바 '시민사회 후보'로 시민의 부름에 응하겠다는 박원순 변호사의 바람이 결국 60년 전통의 제1야당 민주당을 넘어섰다. 돈과 조직력을 총동원하는 '물량 공세' 선거 판도가 돈 안 드는 참여, 자발적인 투표 독려라는 '축제'의 장으로 바뀐 것이다. 당장은 민주당이 그 바람의 희생물이 되었지만 거대 여당 한나라당도 그 제물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어 기성 정치권 전체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시민사회 후보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된 박원순 변호사는 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솔직히 오전에는 위기감이 컸는데 점심 무렵부터 달라졌다. 아기를 안고 오는 주부들, 손을 꼭 잡은 연인들이 나타나더니 각종 단체가 나서고 시민연예단이라는 이름으로 음악까지 연주되면서 잔치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야권 시민참여 경선장 분위기가 '한바탕 축제'였다는 설명이었다.
축제는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대변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끌었다. 먼저 '인증샷 놀이'가 바람을 탔다. 2년 전부터 투표소 앞에서 찍은 '투표 인증샷'을 SNS에 올려 가족, 친구, 동료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던 것이 연예인들까지 가세하면서 흥행몰이의 대표 도구가 된 것이다.
3일 민주당의 조직력에 놀란 박 변호사 측이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의 조직 동원이 만만치 않다' '경선장 분위기가 8(박영선) 대 2(박원순)로 불리하다' '투표에 참여해 시민사회 후보를 만들자' 등의 메시지를 통해 현장 분위기를 전파하자 오후 들어 젊은 층이 경선장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박 변호사 지지를 밝힌 조국 서울대 교수, 장애인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논란을 일으킨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 씨가 '인증샷'을 SNS에 올리면서 열기는 뜨거워졌고,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즉석 사인회'까지 열면서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정치판에서 한 발 비켜 서 있던 시민들이 경선장을 찾으면서 낯선(?) 풍경도 펼쳐졌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석방 탄원서를 위한 서명운동이 한 쪽에서 벌어졌고, 장애인들이 나타나 서울시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시민연예단으로 불린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도 이곳저곳에 앉아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고 투표를 끝낸 시민들은 그 앞에서 환호하며 작은 콘서트를 연출했다.
이날 60%에 육박하는 높은 투표율은 이런 각종 축제 속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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