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프랑스의 자동차 문화

지난여름 홍차와 와인을 테마로 유럽 자동차 여행을 다녀왔다. 하루에도 몇백㎞씩 운전하는 길이니, 친구들은 50대 후반의 부부가 30대 부부 흉내 낸다며 웃었지만, 보고 싶은 곳을 직접 찾는 좋은 방법이 렌터카를 이용한 여행이 아닌가. 차를 몰아 보고픈 곳을 찾아다니다가, 해가 질 무렵 가까운 캠핑 사이트를 검색하여 텐트를 쳤다.

홍차 문화만이 아니라, 자동차 주행 문화도 생경스러웠다. 파리에서 니스까지 가는 고속도로는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왕복 6차로에 제한속도가 시속 130㎞다. 늘 100㎞에 억눌리던 터라, 모처럼 날쌘 운전을 즐겼다. 그런데 추월차로인 1차로를 달리는 차가 제한속도를 넘는 일은 거의 없다. 무인 단속 카메라가 보이질 않기에 교통경찰이 몰래 출현하나 갸웃해 보아도, 종일토록 경찰 보기가 힘들다. 바깥 3차로에는 시속 100㎞ 정도로 여유 있게 달리고 있는 차들이 꽤나 많다. 그렇다! 우리는 제한속도를 100㎞로 정했지만 많은 사람이 눈치 보며 120, 130㎞로 달린다. 그런데 그들은 130㎞로 정해 놓고도, 그 아래 속도로 달린다. 결국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데, 우리는 제한속도가 낮다고 투덜대면서 과속하다가 범칙금을 내고, 그들은 높게 허용된 속에서 나름의 페이스에 맞춰 주행한다.

추월차로 주행차로를 보아도 우리와 다르다. 1차로는 철저하게 추월차로로 유지된다. 추월하는 짧은 동안만 1차로를 이용하고, 이내 2차, 3차로로 돌아오고, 1차로는 비워둔다. 우리 형편은 어떤가. 줄곧 1차로만 달리는 사람, 게다가 비켜달라고 신호를 보내도 본체만체 그냥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때마침 7월 첫주, 바캉스 시즌이 시작되는 주말이라 도로는 붐볐지만, 그들의 질서는 잘 지켜졌다.

지방 도시의 교차로는 대개 로터리다. 도로가 합쳐지는 대로 만들어지니 애써 반듯한 네거리를 만들 필요도 없다. 돌고 있는 차와 들어오는 차, 나가는 차가 얽히니 위험하게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일 뿐. 새로 진입하는 차보다는 이미 돌고 있던 차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잘들 지킨다. 파리 개선문 앞 8개 방사선 도로에서 차들이 복잡하게 얽혀도 사고 없이 들고 날 수 있는 이치도 여기에 있다.

주차 방법도 눈길을 끈다. 동전을 넣는 유료주차장이 유명관광지 앞길에 있다는 게 놀랍다. 관광객은 머물 시간을 미리 계산하여 30분, 혹은 한두 시간 주차권을 끊어 차 앞에 넣어둔다. 제한 시간을 넘길 수도 없고, 주차권을 아무리 길게 사고 싶어도 대개 두 시간이 한계다. 예외 없는 기계식 동전 주차는 여러 사람에게 혜택을 골고루 준다. 무단주차에 이중주차로 주행로가 사라진 도로, 호각 불며 5분 시간 주는 단속반원들, 안타까운 우리네 모습이 어디 하나 둘인가.

자유와 의무가 확연한 프랑스의 교통 문화, 그저 부럽게 여길 수만은 없지 않을까.

박정희 원광디지털대 차문화경영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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