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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급한 개선 필요한 중소기업 정책자금 중복 대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자금의 중복 대출이 심각하다.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기술성과 사업성은 있으나 신용 등급이 B, C 수준에 머물러 시중은행이 대출을 기피하는 기업을 중점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만 특정 업체에 중복 지원이 이뤄지면서 정작 정책자금이 필요한 업체는 지원에서 소외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의 조사 결과 200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574개 업체가 2개 기관으로부터 30억 원 이상씩 모두 2조 4천331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13개 기업은 무려 4곳 이상의 기관에서 544억 원을, 434곳이 2개 기관에서 1조 8천168억 원을, 127개 기업이 3개 기관에서 5천618억 원을 각각 중복 지원받았다.

더 큰 문제는 정책자금의 절반 이상이 신용 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에 집중 대출되면서 장래성은 있으나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 등급 B 이하인 기업에 대한 지원은 2009년 전체 대출액의 48.6%, 2010년 47.6%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정책자금이 중복 지원되고 있는 것은 '기업 지원 이력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2008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중소기업 제도 개혁 방안으로 특정 업체의 중복 대출을 막기 위해 이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으나 주무 기관인 중소기업청은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어느 기업이 어느 기관으로부터 얼마나 대출을 받았는지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중소기업 정책자금이 '눈먼 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책자금은 상업 대출 목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다. 정책자금을 우량 기업에 중복 대출하는 것은 조금만 도와주면 장래의 우량 기업이 될 수 있는 업체의 성장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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