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탕수육 꿈 빼앗아간 아동 급식 전자카드

하루 6천원이상 결제 안돼…좋아하는 탕수육 먹어보려 식권 모아두기 못하게

결식아동 급식지원을 받고 있는 김모(12) 군은 다음달부터 좋아하는 탕수육을 먹지 못할까 걱정이 태산이다. 지금까지는 급식 식권을 모아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중국요리를 시켜 먹었지만 다음달부터 전자급식카드제로 바뀌면 하루에 6천원 이상은 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1인분에 5천원인 백반이라도 시켜먹으면 다음날 한 끼는 라면으로 때우거나 걸러야 한다. 김 군은 "하루는 카드를 안 쓰고 6천 원까지 결제할 수 있는 다음날 마음 편히 점심을 먹어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내달 1일 결식아동급식 전자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결식아동들과 가맹 음식점, 결식아동 급식사업 단체들의 불만이 높다. 기존 가맹 음식점들은 수입 노출과 수지 타산을 이유로 카드 단말기 설치를 꺼리고 있고, 아동들은 급식 식권을 모아 음식을 사먹는 게 아예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결식아동 급식사업을 하던 단체들은 배달의 어려움을 들어 급식 사업을 접을 태세다.

대구시는 11월 1일부터 아동급식 전자카드 시스템을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식사를 거르며 식권을 모아 비싼 음식을 시켜먹거나 훼손'분실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것. 또 아이들이 음식점에서 식권을 내는 자체를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점도 감안한 조치다. 대구시에 따르면 급식 지원을 받는 결식 아동은 2만6천883명. 매년 시비와 교육비 등 130억원이 투입된다. 전자카드 보급 대상은 복지관이나 지역아동센터 등 단체급식소를 이용하지 않는 1만9천858명(74%)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대구시가 새로 도입하려는 전자급식카드제가 문제가 많다는 불만이다. 우선 단말기를 설치하겠다는 가맹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대구 달서구청의 경우 4일까지 기존 급식 가맹점 48곳 가운데 고작 7곳만 신청서를 냈다. 업체들은 현금처럼 사용하던 쿠폰 대신 전자카드를 도입할 경우 수입 내역이 드러나는데다 카드 수수료와 부가세 등을 고스란히 납부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도입을 꺼리고 있다. 특히 최대 결제금액이 6천원이라는 점 때문에 한 그릇을 배달해야 하는 배달음식 전문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달서구의 한 중국음식점 관계자는 "짜장면 가격이 4천원이고, 국밥 한 그릇에 최소 5천원인데 6천원만 결제가 되면 한 그릇만 배달해야 하는 사태가 생긴다"며 "기름값 등 원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한 그릇을 배달하기는 곤란하다"고 푸념했다.

결식 아동들에게 부식을 지원하던 복지관과 지역아동센터 등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구시내 한 대형 사회복지관은 다음 달부터 결식아동 130여 명을 대상으로 펼쳐오던 부식 지원 사업을 접기로 했다. 기존에는 아이들이 집을 비우더라도 다른 사람이나 옆집에 부식을 전달한 뒤 차후에 식권을 받으면 됐지만 다음달부터는 일일이 전자카드로 결식아동이 결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집에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배달하는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해당 복지관 관계자는 "사업을 지속하려면 서비스 인력 고용 등 부담이 너무 커지고 집에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자카드 시행 초기에는 가맹점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 한 사회복지전문가는 "영세업체에서 급식 서비스를 하며 이윤까지 남기기는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며, "사회 공헌 의식이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업체를 가맹점으로 확대하고 급식 단가도 현실화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이영선 보건복지여성국장은 "급식 단가를 500원 올리면 예산 부담이 9억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급식 단가를 높이기 힘들다"며 "편의점 342곳을 가맹점으로 지정하는 등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가맹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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