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통합만이 살 길이다] <중> 누가, 무엇이 행정통합 가로막나

"변화 두려워" 곳곳서 저항 정부도 광역권 통합 무관심

정치행위와 경제활동이 행정 단위로 이뤄지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행정 통합이 전제되지 않는 정치 혹은 경제 분야 통합론은 토대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지역 이기주의 속성이 드러나고 주도권 다툼으로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이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대구경북 통합을 가로막고 있는 다양한 걸림돌들을 짚어봤다.

▷기득권자들의 저항

행정과 교육계 종사자, 그리고 산하기관 관계자 등 지역 여론 주도층이 현상유지에만 급급한 것이 통합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다. 2006년 대구시와 경북도가 주체가 된 경제통합 추진 선언과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출범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경제통합 움직임 역시 체제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득권자들의 저항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들의 눈치를 보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주도권 다툼과 밥그릇 싸움

통합 과정에서의 헤게모니 상실 우려와 '밥그릇'에 대한 걱정도 통합의 걸림돌이다. 통합이 되면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고, 그렇지 못한 쪽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자리 축소와 인사 적체를 걱정하는 공무원들과 산하기관 직원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의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이나 SK케미칼 백신 공장 유치를 둘러싸고 보여준 대구와 경북은 상생보다 분열 양상을 보였다. 대구와 경북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대구의 일에는 경북이 팔짱을 끼고, 경북의 현안에는 대구는 강건너 불구경하는 상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권기일 대구시의원은 "과학벨트 일부 지원예산이 내려오면 대구와 경북의 힘겨루기가 불보듯 뻔하다"며 "2015년 물포럼 행사의 주도권을 놓고도 대구와 경북이 줄다리기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행정통합에 관심 없는 정부

기초단체 통합에 주력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기초단체의 통합도 어려운데 광역단체 통합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겁부터 냈다. 정부의 소극적 자세도 행정 통합 논의 자체를 가로막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독려를 하는 기초자치단체 통합과 달리, 광역단체끼리의 통합은 정부의 누구도 관심을 쏟지 않는 소외된 사안이다. 법적'행정적'재정적 지원의 대상에서 멀어져 있는 것이다.

▷말로만 행정통합

무분별한 팽창의 결과로 비대하다 못해 폭발 직전에까지 이른 수도권과 사사건건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대구와 경북은 행정통합을 통한 목소리 키우기가 절실한 데도 구체적 행동이 없다. 통합의 필요성이 이슈로 떠오르면 시늉만 하다가 만다. 주도권 다툼과 지역 이기주의가 되풀이된다. 대구경북의 인구는 2011년 9월 말 현재 전국인구의 10.3%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를 합한 수도권은 49.3%. 부산'울산'경남의 15.8%와 비교해서도 훨씬 열세다. 동남권 신공항처럼 각종 현안에서 사사건건 부닥치는 부'울'경에 맞서기에도 벅차다. 대구경북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소리를 질러봐야 서울에서는 못들은 채 한다. 경제력 차이는 더 크다. 사람과 돈이 발언권과 비례한다고 보면 상황의 심각함은 갈수록 더해질 것이다.

▷권력의 열세, 이대로는 안 된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구경북의 국회의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 대비 13대 12.9%, 14대 13.5%, 15대 12.6%, 16대 11.9%, 17대 13.2%, 18대 11.0%로 11~13%대를 오고 갔다. 그러나 수도권은 11대 34.4%에서 16대 42.7%로 급증하더니 급기야 18대에는 45.3%로 치고 올라왔다. 조만간 50%를 넘을 전망이다. 비례대표의 대부분이 서울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과의 격차는 '하늘과 땅' 만큼 난다. (3면 도표 참조)

그런데도 대구와 경북은 따로 논다. 통합이 안 되면 대구나 경북이나 5% 내외의 점유율밖에 안 된다. 싸움이 애초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지역의 목소리를 하나로 합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계파 모임 만큼의 결속력만 있으면 지역별 목소리 키우기도 가능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동관 정치부장 dkdk@msnet.co.kr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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