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맛있게 먹기] 연극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8) 공연 첫날

철저한 준비와 사전점검, 그래도 긴장의 연속

작품 및 연출 선정, 연습 스케줄 작성, 예산 편성, 배우 선정, 스태프 선정 등 한 편의 연극 공연을 위해선 숱한 선택을 한다. 그렇게 선택된 작품과 연출, 배우, 스태프 등이 모여 회의와 연습을 반복하여 연극의 막을 올릴 준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총연습이라고 할 수 있는 드레스리허설마저 무사히 끝냈다면 드디어 관객과 만날 시간만 남는다. 물론 기획과 홍보 담당자는 아직도 많은 일이 남았다. 첫 공연의 막이 오른 후에도 다음날 공연에 더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을 수 있도록 땀을 흘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역할은 없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공연이라도 관객이 찾지 않으면 그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관객을 모으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획과 홍보 담당자의 손발은 더욱 바빠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것은 공연 관계자들의 생존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첫날 공연의 막이 오르는 순간, 사실 배우와 스태프들은 관객이 짐작하지 못한 이른 시간부터 이미 극장에 도착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밤을 새운 스태프도 있고 저녁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며칠째 아침부터 극장에 나와 마지막 점검을 하는 스태프도 있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공연 당일, 다시 리허설을 통해 점검을 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실수에 대비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1시간 전 혹은 늦어도 30분 전에는 배우와 스태프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연극의 꽃인 배우들은 미리 식사를 마친 후 몸을 풀며 자신이 챙겨야 할 소품을 다시 한 번 점검한다. 또 실수하기 쉬운 대사를 확인해 보고 자신의 역에 몰입하기 위해 명상을 하기도 한다. 물론 분장과 의상 등은 전문 스태프와 함께 미리 모두 준비한 상태다. 공연 중에 분장과 의상 스태프는 무대 뒤나 분장실에 대기하며 다음 장면에서 바뀌는 배우의 분장이나 의상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혹시나 일어날지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무대감독도 역시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연 중에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한마디로 관객이 바라볼 수는 없지만 엄청난 긴장감으로 가득한 곳이 공연 첫날 무대의 뒷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관객이 직접 볼 수 있는 긴장감의 현장도 있다. 입장권을 구매하는 매표소부터 극장의 로비나 극장 입구 등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관객 반응에 대한 궁금증으로 긴장하고 있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있다. 또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 객석 맨 뒤편에 조명과 음향을 담당하는 감독이나 오퍼레이터가 공연 중 혹시나 실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침이 바짝 마를 정도로 긴장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을 지휘하고 관리해야 하는 감독의 역할을 맡은 연출가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을 것이다. 연출가는 때때로 공연 중에 무엇인가 열심히 적어가며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며 수정사항이나 실수 등을 정리할 수도 있으니 너무 놀라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풍경에 비한다면 작가는 한결 편하다. 결코 일반 관객과 같은 입장에서 공연을 즐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여유롭게 객석에 앉아서 작품을 관람할 준비를 한다. 이는 공연관람을 통해 지금까지 연습한 작품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지를 점검한 후 대본의 수정사항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연출가의 심각한 상황과는 달리 대부분의 작가는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한다. 다만 자신이 쓴 희곡과 연출가의 의도가 어떻게 다르며 그것이 작품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지 혹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를 점검하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외에도 세부적인 사항들이 눈에 들어오겠지만 그것들은 모두 연출가가 정리하고 책임지는 고유의 영역이기에 그 선을 넘지는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물론 이 모든 풍경은 공연 첫날 극명하게 보이는 상황들이다. 장기 공연의 경우라면 공연이 계속될수록 어느 정도 안정되고 숙련되는 단계에 접어들게 되어 긴장감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최고의 공연은 앞서 말한 긴장과 숙련된 과정에서 나오는 이완이 적정하게 균형을 맞춘 시점에서 나오게 된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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