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거리연극, 서울서도 '通'했다

'옛골목은 살아있다' 인사동서 시선몰이

대구문화재단의 거리연극
대구문화재단의 거리연극 '옛골목은 살아있다'가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대구문화 브랜드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 공연 시작 전 음악이 시끄럽게 울리자 행인들의 발길이 멈춘다. 평소 조용하던 탑골공원 앞은 대구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거리연극 '옛골목은 살아있다'를 앞두고 공연 준비로 시끌벅적했다.

대구청년합창단의 노래로 '옛골목은 살아있다'가 시작되자 남인사마당 주위를 관객들이 삽시간에 빼곡히 에워쌌다. '관객이 얼마나 모일까'라는 우려는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공연을 하기 전에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 위주였던 관객들도 젊은층이 대거 몰리고 외국인들도 드문드문 보이면서 다양해졌다. 웅장한 음악이 울러 퍼지고 사회를 맡은 손성호(극단 동성로 대표) 씨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행인들의 시선을 공연으로 자연스레 끌어당겼다.

고종과 이토 히로부미의 독대로 을사늑약의 부당함과 민족의 비극을 보여주는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장면을 시작으로 1907년 서상돈과 국채보상운동 장면, 1919년 계성학교, 신명학교 학생들이 전개한 3'1만세운동 장면, 1927년 민족시인 이상화와 저항운동 장면 등으로 구성된 연극은 공연 40분간 관객들의 숨을 죽이게 했다. 일부 관객은 배우들과 함께 만세를 외치기도 하고, 마지막 아리랑 노래가 울려 퍼질 때는 배우와 관객이 무대를 돌며 한바탕 어울렸다.

공연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도 터져 나왔다. 공연을 본 대학생 이성희(22'여) 씨는 "그냥 국사책에서 공부했던 일제강점기 장면들을 직접 연극으로 보니까 생생하면서도 당시의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며 "서울에서도 이런 공연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무척 신선했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흡족한 표정이었다. 고종 역을 맡은 배우 이동학(52'대구시립극단 훈련장) 씨는 "지금까지 대구 외에 다른 지역에서 공연한 적이 없고 사전 홍보도 부족해 공연 전에는 불안하고 긴장도 많이 됐다. 하지만 서울 관객들의 반응이 좋은 것을 보고 우리 연극이 어디서든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옛골목은 살아있다'는 대구문화재단에서 문화도시 운동의 하나로 2009년부터 3년째 이상화'서상돈 고택 앞에서 시행하고 있는 거리 연극으로 올해 공연에서는 매회 200명 이상의 초'중'고 학생과 대구시민, 다른 지역 시민들의 단체 관람이 이어지는 등 인기를 누렸으며, 이번 서울 공연을 끝으로 올해 일정은 마무리했다. 대구문화재단 김순규 대표는 "이 연극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데다 3'1운동의 발상지였던 탑골공원(구 파고다공원)에서 공연한다는 자체가 큰 의의가 있다"며 "이번 공연이 볼거리는 물론 대구 연극의 저력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였으며 앞으로도 대구문화 브랜드로 꾸준히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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