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승진 하늘의 별따기 "알아서 준비해"…'인사장사' 공공연

대구경북 기초단체…단체장 최측근이 진두지휘

대구경북 일부 기초자치단체의 인사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구속 중인 최병국 경산시장과 단체장이 사퇴한 것을 두고 인사관련 비리가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대구 서구청 사례에서 보듯 공직 내부에서조차 기초자치단체의 인사비리는 관행화되다시피 할 정도로 뿌리 깊다고 할 만큼 공공연한 비밀이다.

◆'3서 2사', '7서 5사'

일부 지역 관가 주변에선 대구 기초지자체에선 서기관 3천만원, 사무관 승진에 2천만원이 필요하고, 경북은 서기관 7천만원, 사무관 5천만원, 7급에서 6급 승진엔 3천만원이 있어야 한다는 설이 공공연히 나돈다.

지역의 한 공무원은 "현재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각에서 이 같은 인사 관련 금품 수수가 오간다는 얘기가 있다"며 "요즘 언론에 대두되는 지자체들이 대표적인 경우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최근 취재에 응한 지역의 한 전직 기초단체장에 따르면 단체장은 직접 나서지 않고 최측근이 대신 해당 인사에게'얼마를 준비하라'는 식으로 언질을 주고 최측근을 통해서만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3서 2사, 7서 5사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다. 더욱이 승진 대상자 간 경쟁에서 다소 뒤처지면 돈을 더 내야 하는 일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단체장이 로비를 받으면 최측근이나 인사 관련 간부도 로비를 받는다고 봐야 한다"며 "외국보다 우리나라 공무원이 더 부패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승진 시 뒷돈이 오가는 것이 공무원 사회에서 일상화된 관행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인사 비리는 규모가 작은 기초단체일수록 심각하다. 대도시와 달리 큰 기업이 없고 인구도 적어 후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경북의 한 공무원은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사무관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무관과 6급 승진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이다 보니 어떻게든 승진하려는 사람들의 줄대기가 많다"고 말했다.

◆인사비리 차단대책 없나

지방공무원법은 인사 비리를 막기 위해 기초단체에 인사위원회를 제도화했다. 부단체장이 위원장이 되고 외부 인사가 절반이 넘는 범위에서 7~9명으로 구성되도록 했다. 외부 인사는 법조계, 학계 및 교육계 인사들이 들어간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초단체는 인간관계가 얽히고설키는 경우가 많아 단체장과 친분이 있는 외부 인물이 인사위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 인사위가 제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최근열 한국지방자치학회장(경일대 교수)은 "광역단체는 보는 눈도 많고 비교적 공개돼 있지만 기초단체는 폐쇄적이어서 인사청탁 문제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당공천제가 인사 비리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천을 받으려면 공천헌금이 필요하고 임기 동안 이 돈을 모아야 하는 데 가장 안전한 방법이 인사 관련 돈을 받는 것. 최 회장은 "공천헌금을 마련하기 어려워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확실시되는 작은 시'군 지자체일수록 인사청탁 문제가 심각하다"며 "정당공천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인규 대구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기초단체 인사비리는 근본적으로 단체장 개인 자질 문제이고, 공직자의 청렴 의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인사권을 가진 단체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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