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60~70년대 건물…하수구 미비 "비 오면 물바다"

구도심 단독주택 '남모르는 침수전쟁'

남구 대명 10동 한 단독주택 밀집지역.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지대가 낮아져 맨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남구 대명 10동 한 단독주택 밀집지역.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지대가 낮아져 맨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남구 대명 10동 한 골목. 배수구가 없어 비가 오면 골목 안쪽에 있는 2가구로 물이 흘러든다.
남구 대명 10동 한 골목. 배수구가 없어 비가 오면 골목 안쪽에 있는 2가구로 물이 흘러든다.

대구의 단독주택 밀집지역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이 빗물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대부분 1960~70년대 지어져 요즘 세워지는 공동주택과 달리 하수관거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 특히 끝이 막혀 있는 골목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빗물을 빼줄 배수시설이 절실하지만 맨홀 위치가 비효율적이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어 호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자비를 들여 배수시설 등을 보강하거나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빗물에 고통받는 주민=대구 남구 대명 10동 한 단독주택 밀집지역. 1m 남짓한 너비의 막다른 골목길 20여m를 따라 5가구가 살고 있다. 골목길 입구에서 약 5m 떨어진 곳에는 배수구 역할을 하는 맨홀이 설치돼 있다. 문제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지대가 낮아져 비가 내리면 빗물이 이 맨홀로 흐르지 않고 주택으로 넘어들어간다는 것. 이 골목의 가장 구석 주택에 살고 있는 이모(70) 씨는 "비만 오면 집으로 물이 넘쳐 들어와 10년 전쯤 70만원을 들여 작은 배수구를 하나 만들었지만 요즘은 비의 양이 많아져 이마저도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여름엔 지하실까지 물이 차올라 책이며 각종 가재도구들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푸념했다.

인근 또 다른 골목도 사정은 비슷했다. 막다른 골목 끝에 2가구가 살고 있었지만 골목 어디에도 배수구는 없었다. 골목길이 평평해 비가 오면 대문 안으로 빗물이 고스란히 흘러든다. 대문 아래쪽을 벽돌과 나무판자로 막아두고 있던 집주인은 "비가 20㎜ 이상만 와도 마당 전체가 빗물로 흥건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중구 남산동 단독주택 밀집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1m도 채 안 되는 좁은 골목길에 3가구가 살고 있었지만 역시 빗물을 빼줄 맨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 최모(70) 씨는 "골목보다 집 대문이 낮아 호우 시 마당으로 빗물이 흘러든다. 이사라도 가야 할 판"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자비를 들여가며 배수 시설을 보강하는 등 빗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올 4월에 집마당을 높이는 시멘트 공사를 하느라 80여만원을 썼다는 주민 이재규(69'남구 대명10동) 씨는 "비만 오면 물바다라 더는 견딜 수 없어 자비를 들여 공사했다"며 "구청에서 현장을 좀 더 확인하고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거복지 개선 절실=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하수도는 2010년 말 현재 총 5천963㎞ 구간 중 5천307㎞가 설치돼 89%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는 매년 400억원 안팎의 예산을 들여 노후관거 교체, 관거 신'증설에 투자하고 있으며 올해도 390억원을 투입했다.

노후 단독주택 밀집지역은 동구, 남구, 북구, 수성구 등 구도심지에 몰려 있으며 각 구청은 주민들의 민원 접수 시 현장을 확인하고 맨홀을 설치하는 등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골목 구석구석까지 완벽히 배수설비를 설치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구청 한 관계자는 "배수시설 정비 관련 민원이 3일에 1건 정도는 되지만 관련 예산이 한정돼 있고 신설되는 구간도 많아 혜택받는 가구 수가 많은 순으로 들어주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단독주택 밀집지역일수록 하수관거 시설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일대 이현준 교수(부동산지적학과)는 "지어진 지 30, 40년 된 단독주택 밀집지역의 경우 배수 시설이 열악해 고통받는 주민들이 많다. 이들 주민을 위해 대구시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주거복지를 강화해 나가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진용환 환경녹지국장은 "오래된 단독주택이 많은 일부 구도심지는 아파트 단지 같은 신시가지와 달리 빗물에 피해를 받을 수 있다"며 "관련 예산을 보강해 주민들의 피해를 줄여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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