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어린이집 '불'…무용지물 소방시설 아이들 잡았다

5살 남아 중태·3명 치료중…외부 보일러실 불→외벽타고 활활→유독가스 교

17일 어린이 230여 명이 수업 중 화재가 발생한 경북 구미시 구평동의 한 어린이집 건물 외벽이 심하게 그을려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7일 어린이 230여 명이 수업 중 화재가 발생한 경북 구미시 구평동의 한 어린이집 건물 외벽이 심하게 그을려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원생과 교사 등 230여 명이 있던 구미 구평동 4층 규모의 어린이집에서 17일 오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나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불이 난 어린이집의 외벽은 다음날도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고 내부는 유독가스가 빠지지 못한 채 메케한 냄새가 그대로 있어 아찔했던 화재 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17일 오전 10시 35분쯤 이 어린이집 뒤편 보일러실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외벽을 타고 올라갔고, 시커먼 유독가스는 어린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던 교실과 복도로 유입됐다.

이날 불로 어린이집은 순식간에 시커먼 연기로 뒤덮이면서 3층에서 수업을 받던 A(5)군은 4층으로 몸을 피하려고 하다 연기를 마시고 계단에 쓰러져 구급대원에 의해 구출됐지만 중태에 빠졌다. 3층에서 수업을 받던 B(5)양 등 3명도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이 날 당시 어린이집 안에는 원생과 교사 등 230여 명이 있었으며, 1층과 2층에 있던 어린이들은 긴급히 빠져나왔지만 3층에 있던 어린이들은 재빨리 피하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

불이 나자 구미소방서는 소방차 23대와 소방대원 70여 명을 투입해 40여 분 만에 완전히 진화했으며, 재산피해는 7천500여만원으로 추산했다.

샌드위치 패널로 된 어린이집 보일러실 벽체가 타면서 뿜어져 나온 연기와 유독가스가 건물 내부로 유입됐지만 유독가스를 막을 수 있는 소방시설 등은 무용지물이었다.

특히 어린이집에 대한 소방안전과 시설점검이 대폭 강화됐지만 불이 난 외부 보일러실의 경우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도 정작 소방점검 대상에서는 제외돼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린이집 원생을 둔 한 부모는 "아이가 아직도 놀라서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불길이 어린이집을 덮쳤다면 대형 인명사고가 날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구미소방서 관계자는 "보일러실이 건물 내부에 있을 경우 소방점검 대상에 포함되지만, 외부에 떨어져 있는 경우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연구원과 함께 18일 현장감식을 벌일 계획이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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