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人脈(인맥)은 무형의 자산이다.

10월은 결실의 계절이다. 이 무렵이면 봄에 경작한 온갖 농산물을 가을에 풍성하게 거두어 농가 수확을 올리는 재미를 쏠쏠하게 체험할 수 있다. 나도 시골에서 태어나 컸으므로 추수철에 느끼는 농부들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헤아린다. 실제로 나는 고향을 떠나 도회지 생활을 한 지도 꽤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고향의 인정을 여전히 그리워하며 옛 친구들이랑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그리고 내 고향의 신토불이 농산물을 어떻게 하면 도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생산자가 느낄 수 있는 보람을 조금이나마 안겨드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내가 근무하는 곳의 일부 공간을 마련해 최근 '고향 장터'를 열기도 했다.

고향 장터에는 경북 일대 봉화군을 비롯한 5개 군의 농산품이 주류였는데, 3일간 개장하며 많은 사람들이 고향 특산물을 팔고 사는 거래 행위를 떠나서 상호 간 친목을 도모하는 교류의 장이 되어 더욱 훈훈한 인정이 보태졌다. 고향 장터 한쪽에는 먹거리 코너도 함께 마련되어 평소 안면이 전혀 없었던 사람들끼리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말을 건네기도 하고, 도농 간의 생산지 물건을 어떻게 하면 원활히 유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을 통해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무수한 사람들과 인연의 끈을 맺으며 살아간다는 사실과 함께 인맥의 교분이 무형 자산이 될 수 있을 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깊이 깨달았다.

'삼인행(三人行)에 필유아사(必有我師)'라는 말이 있는데, 인생의 길을 걷다 보면 때때로 혼자 가는 것보다는 삶의 주변에 나와 동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든든한 경우가 많다. 아마도 내가 살아가는 법과 다른 사람의 성공 경험담을 모으면 인생에서 실패 확률을 훨씬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까닭에 인맥 관리도 이제는 과거 정당이나 의도적인 목적 구현을 위해 연대 결성하는 구태의연한 결집 형태에서 벗어나, 순수한 측면에서 개인의 능력을 도야하고 신장하는 모습으로 전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천명의 나이에 접어든 나는 요즘 여가가 생길 때마다 동기회와 운동 모임, 그리고 대학 세미나 등에 참석하여 다른 사람들의 삶에 묻어나는 현명한 지혜를 배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직까지 생각의 깊이가 없고 인생 경험치가 부족한 나로서는 남을 통해 생활의 훈훈한 미덕을 듣고 배운다는 것이 무척 즐겁기만 한데,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은 메마른 사막에 오아시스처럼 언제나 나의 건조하고 편협한 생각에 맑은 샘물을 제공해주고 있다.

21세기는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사회이면서 여러 가지 편리한 매체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쉽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SNS 기능은 낯선 사람들과도 새로운 만남의 광장이 되며, 그동안 누군가와 대면 상에서 불편하고 어색했던 감정의 벽을 일시에 허물어주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좋은 인맥을 쌓기 위해서는 평소 자기관리 또한 매우 중요하며, 꾸준히 남의 인생 지혜를 빌리기 위해서는 나부터 선을 베풀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도 해 본다.

사람들은 저마다 사회생활을 하며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과 느낌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할 것인데, 인맥 쌓기는 거시적인 발상이나 물질적인 투자로 남에게 환심을 얻기보다는 생활 주변에서 따뜻한 애정과 관심에서 비롯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깊게 헤아려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서로가 마음과 마음을 열고 상대방이 깊은 고뇌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그 아픔을 공감하며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아량을 베푼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도 훈훈해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좋은 인맥은 성공의 동반자인 동시에 위기 때 절실한 도우미가 될 수도 있는데, 인맥 관리만 잘해도 사회생활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평소 흠모했던 사람들에게 전화하여 안부와 근황을 여쭙도록 해야겠다.

김국현/올브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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