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 1세'라고 불리는 '석유왕' 존 록펠러(1839~1937)는 역대 최고의 부자로 꼽힌다. 1937년 그가 죽을 당시의 재산은 14억~15억 달러나 됐다. 당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92억 달러 정도였으니 요즘 세계 최고 부자라는 빌 게이츠나 월 마트의 창립자 샘 월튼에 비해 3, 4배나 많다. 록펠러 1세는 '악덕 기업가'의 대명사였다. 기업 독점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비싼 가격으로 팔고 노동자를 쥐어짜는 수법으로 떼돈을 모았다. 한국 재벌들이 자주 보여주는 정경유착, 문어발식 확장, 노동 탄압, 무자비한 기업 인수'합병 등은 19세기 후반 록펠러가 다 써먹은 수법들이다.
그러나 현재 록펠러 가문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집안이다. 전적으로 기부 덕분이다. 록펠러 1세는 1900년대 초반부터 전 재산의 30%가량을 자선단체, 학교, 병원, 예술 부문에 기부했고, 2'3세대를 이어가며 기부를 계속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그에 의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가'노동자들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존경받는 집안이 된 것이다. 악덕 기업가로만 매도하기에는 그가 행한 자선의 그림자가 너무 넓고 크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1835~1919)도 비슷한 삶을 살았다. 철강 트러스트를 바탕으로 무자비한 인수'합병과 노조 탄압 등 온갖 수법을 동원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당시 지식인들은 록펠러, 카네기 같은 탐욕적인 기업가를 보면서 "자본주의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공격했을 정도였다. 카네기는 그렇게 재산을 모았지만, 죽기 전까지 3천만 달러만 남기고 기부했다. 고향인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그의 동상을 큼직하게 세웠는데 그 고장의 명물이 됐다.
최상위 부유층이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갖고 있지 않은 사회라면 화약고를 안고 사는 것과 같다. 상대적 박탈감이 사회 전체의 불안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월가 시위가 숙지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사람들은 대개 경제적으로 중산층이거나 그 아래 계층이다. 재벌은 원래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곳 포항에도 부동산과 기업 경영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해 놓고 사회적 공헌이 미미한 인물이 있다. 고향 사람들에게 욕을 적지 않게 먹는 모습이 영 보기에 좋지 않다. 이번 겨울에는 춥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부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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