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시름 더한 문경한우축제

문경시가 21일부터 23일까지 문경새재 도자기 전시관 앞에 마련한 '제2회 문경한우축제'는 농가들에게 거액의 축제비용을 떠넘긴 데다 이벤트 행사 중심으로 진행돼 아쉬움을 남겼다.

축제는 가수초청공연 등 화려한 개막식과 한우다트게임, 한우골든벨, 우슈공연, 색소폰'통기타 연주회, 스포츠 벨리댄스, 평양예술단공연, 한우깜짝경매 등이 열렸다.

농가들은 "이들 행사보다는 많은 농가들을 참여시키는 한우소비촉진행사 위주로 프로그램을 짜 열악해진 축산농가들의 소득에 도움을 주는 행사로 진행했어야 옳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축제는 축산 농가들이 십시일반으로 적게는 30만원부터 많게는 300만원 등 총 6천여만원의 축제비용을 이례적으로 부담해야만 했다.

축제 경비 1억8천만원 가운데 1억4천만원을 공연과 이벤트 행사에 투입하느라 식대 등 비용이 모자란 게 원인이라고 문경시가 설명했지만 시청직원들조차 이 돈을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23일간이나 열리는데도 총 4억원의 예산 중 공연 등 행사비는 1억원을 넘지 않은 문경사과축제와 비교된다. 일부 초청가수들은 사과축제에 등장했던 가수들과 중복되기까지 해 사람을 모으는 데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농가들이 한우 40마리를 축제에 내놓았지만 모두 당일 도축시세로 가격을 받았을 뿐 농가들이 부담한 6천여만원은 건지지 못해 결국 가수 초청 등 행사비를 한우농가들의 쌈짓돈으로 부담하는 꼴이 됐다.

당초 계획대로 요즘 뜨고 있는 약돌한우를 사과축제 이벤트와 연계해 문경새재를 찾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함께 파는 유통행사를 마련했더라면 전국의 조명을 받고 사과농가는 물론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우농가 모두 득이 되는 축제가 됐을 것이다.

한 축제 관계자는 "이번 축제는 소값 하락과 사료값 인상, 구제역 때문에 상처받은 지역 축산농가들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먹고 놀자는 식으로 축제가 진행돼 안타까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번 축제를 계기로 문경시는 한우축제만큼은 이벤트보다는 소비촉진행사에 초점을 둬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우농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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