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숨고르기''급상한가''눈치보기'… 대권 잠룡 득실계산

10'26 재'보궐선거의 실질적 조타수 역할을 한 정치 거물들의 이해득실이 갈리고 있다. 서울시장 보선 패배로 다른 승리가 묻혀버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세론'은 일단 멈춤 상태가 됐다. "대통령 선거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싫든 좋든 '대망론'의 주인공이 됐다. 부산 동구청장 지원유세에 올인했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치 입문에서부터 타격을 받았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결과에 관계없이 야권의 대표주자로서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박근혜 대세론, '글쎄'

초반 판세가 어렵다던 부산 동구청장, 대구 서구청장, 칠곡군수 재'보궐선거 현장에 나타나면서 여론을 뒤집은 박 전 대표지만 소(小)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보선 패배로 빛이 바랬다. "'선거의 여왕'도 서울에서는 먹히지 않는다"는 말이 회자되고, 이번 선거로 입증되면서 '대세론'은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됐다. 친이계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대표 등 대안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낀 2040세대의 반기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오래된' 인물에 대한 물갈이 여론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박 전 대표의 새로운 모습과 행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친박계에서는 재보선 예비고사를 통해 박 전 대표가 내성과 면역을 길러 본선에서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안철수 대망론, '시작'

자신의 지지율 '50%'를 '5%'의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한 안 교수는 힘을 재확인했다. 학력, 자녀, 병역, 협찬 의혹으로 지지율 정체 상태에 있었던 박 후보를 투표일 이틀 전 '지지편지'로 상승세를 이끌어내면서 안 교수발(發) '바람'이 정치판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에 맞설 잠재 주자군에서 가장 앞서게 됐다. 일각에서는 안 교수가 '제3세력'으로서의 신당을 만들 것을 점치고 있다. 안 교수가 대선을 위해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는 기존 정당을 밟고 올라서 '사이버 정당'을 창당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치 거물로 급성장했지만 '검증되지 않은 폴리페서'라는 지적도 있다. 대권 주자군에 합류했으니 여권에서 안 교수 검증을 시작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재인 급성장, '제동'

초판 부산 동구청장 보선에서는 야권 단일 후보가 우세하다는 여론이 컸다. 문 이사장이 상주하다시피 지원유세에 나섰다. 그러다 박 전 대표가 두 차례 지원유세에 나섰고, 두 사람 간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단일 후보가 졌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의 대권 가상대결에서까지 앞섰던 문 이사장은 정치 입문과정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른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산 동구가 한나라당의 텃밭인 점을 감안하면 문 이사장이 지원한 후보가 36.59%를 득표하면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인 그가 내년 총선에서 부산 출마 등을 포함해 정치 활동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안 교수와의 관계 맺기를 어떻게 전개할지가 야권 전체의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와 손학규 '위기'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승리했지만 민주당 손 대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됐다.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자당 후보를 내지 못한 '불임 정당'의 대표라는 이미지가 새겨졌다, 앞으로 박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일들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사퇴까지 거론했다 번복한 일로도 "진중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안 교수, 문 이사장과의 싸움에서도 체급이 달린다는 평가다.

당 지도부 책임론은 불거지겠지만 홍준표 대표 체제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없는데다 마땅한 차기 후보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 패배는 홍 대표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비리, 나경원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 등이 얽혀 빚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민들이 기존 정당에 반감을 가지고 '쇄신과 변화'를 요구한 마당이라 앞으로 한나라당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홍 대표의 몫으로 남았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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