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오늘'로 돌아온 송혜교

서른, 혜교는 '오늘'도 연기에 욕심내요

배우 송혜교(29)는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서른 살이 됐다. 그녀에게 '30'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붙여도 될 것 같다.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의 글로벌 에이전시 '에피지스'와 계약해 유럽 진출 발판을 마련했고, 연말에는 지난 2년간 촬영한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일대종사'가 개봉(미정)을 기다리고 있다. '황진이'(2007) 이후 오랜만에 복귀하는 한국영화 '오늘'로는 그간 그녀가 보여준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찾는다.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송혜교는 "솔직히 서른 살이 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의 홍보 인터뷰를 하면서 100명이면 90명의 기자들이 '서른 살이 되니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본다"며 "인터뷰를 하며 다들 내 나이가 서른 살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갔다. '아, 그래서 내가 피로하고 체력적으로 지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같은 이미지가 반복되는 모습이 싫어서 '오늘'을 선택한 것도 아니다. 그녀는 "이미지 변화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이 많은 편은 아니다. '페티쉬'나 '러브 포 세일' 같은 영화도 인연이 돼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 밝고 명랑한 캐릭터의 시나리오나 대본이 나오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또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운명 같은 인연으로 참여한 '오늘'도 마찬가지. 자신의 생일날 뺑소니 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다큐멘터리 PD 다혜(송혜교)와 아버지에게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리며 분노하는 고등학생 지민(남지현)의 동거를 통해 '용서의 위선'을 끊임없이 질문하는 영화다. 송혜교의 고뇌와 갈등, 분노, 슬픔이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을 통해 빛을 발한다.

송혜교는 "나 혼자 극을 끌고나갔으면 하지 못했을 텐데 이 감독님은 작품을 향한 집요함이 있는 분"이라며 "어쩌면 밋밋하고 지루하고 답답할 수 있는 캐릭터가 감독님으로 인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사실 '오늘'은 송혜교가 먼저 하고 싶다며 이 감독에게 접촉한 영화다. 처음에는 어떤 내용인지도 몰랐고, 이 감독도 절대 송혜교를 주인공으로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송혜교는 이 감독의 집요할 만큼 섬세한 연출력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렇게 먼저 연락해 만나본 뒤 '절대 송혜교는 다혜 역에 맞지 않는다'는 감독의 생각도 바꿔놓았다.

송혜교는 "어떤 연기를 하든지 다 힘들다"며 "이번에도 그렇긴 했지만 다행히 다혜와 성격상 비슷한 부분이 있어 조금은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점도 있었다. "가해자나 피해자, 그리고 용서에 관한 것들에 크게 관심이 있지도 않았고 잘 몰랐어요. 다혜와 같이 배우면서 간 거죠. 저는 다혜가 용서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다혜는 본인이 혼자 희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속 깊이 진심을 감쳐둔 것 같았어요. 그러다 여러 가지 일이 터지면서 감정이 변화하고 움직이게 된 거죠. 다행히 감독님이 순차적으로 찍으셔서 연기에 몰입하는 데 덜 힘들었어요."(웃음)

"덜 힘들었다"고는 하나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까지 어떤 연기를 할 때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며 단호하다. "저는 개인적으로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싶으면 오기가 발동하는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해서 '못한다'거나 '왜 저래?'라는 소리를 못하게 해야지, 혹은 그런 말 안 들리게 해야지라고 생각해요. 원래 성격이 그렇지는 않은데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됐네요."(웃음)

송혜교는 '오늘'을 촬영하며 마지막 컷을 찍고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집에 올 정도로 후련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연기를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듯 이번에도 그렇다고 했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나온 것 같아 만족한다"고 했다.

앞서 그녀는 영화 '오늘'의 제작발표회나 언론시사회, 인터뷰 등에서 학교생활도 충실히 하고 연기도 잘하는 남지현을 부러워하는 발언들을 많이 했다. 자신의 학창시절과 비교하며 남지현은 다른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자 송혜교도 특별한 추억을 쏟아낸다. 그녀는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를 촬영할 때였는데 깜빡하고 숙제를 하지 않아 교실 뒤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선 적이 있다"며 "거의 만날 뒤에서 손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른바 '땡땡이'도 쳐봤다고 했다. "나쁜 짓을 한 게 아니라 수업 빠지고 친구들과 학교 앞에 있는 맛있는 빵집에 빵 먹으러 갔었어요. 그러다 선생님에게 들켜서 또 혼나고요. 선생님께서 '넌 방송 활동하다가 오랜만에 학교 왔는데 왜 그래?'라고 하셨던 게 기억나요."(웃음)

 

또 다른 기억은 "공부에 관심이 없었는데 다행히 엄마가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학교 가기 싫어서 '엄마 학교 가기 싫어'라고 하면 '그래 가지 마. 어디 놀이공원 놀러 갈까?'라고 하셨어요. 매번 그럴 때마다 '학교 안 가도 된다'고 하셔서 나중에는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제가 마음을 고쳐먹었다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지는 않았다며 또 웃었다. 성적은 마음먹고 공부해 중간 정도까지 올린 적도 있었는데 그 이상은 힘들었다. "거의 뒤에 있었죠. 머리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공부에는 정말 관심이 없었어요."

송혜교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나중에 남지현과 같이 예쁘고 공부 잘하며 연기까지도 되는 딸이 있으면 남부러울 게 없다고 했다. '자식도 배우를 시킬 마음이 있는 것이냐'고 묻자 그건 아니란다. "본인이 좋다면 모르겠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안 시키고 싶다"며 "악기나 미술, 운동 쪽으로 재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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