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박의 작명탐구] 최규하 전 대통령

"재물은 살 수 있을 정도만 있으면 돼"

요즘 KBS에서 방영하는 개그콘서트가 주말 예능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청률 전문조사기관에 따르면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이 20%가 넘는다고 하니, 그 인기가 실로 대단하다. 아마도 그 비결은 캐릭터 중심이거나 인기 유행어에만 의존했던 구시대적인 개그가 아닌, 시청자들이 사회 전반에서 느끼고 있는 애매하고 아니꼬운 상황들을 대신 비꼬아 말해주는, 속 시원한 풍자에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시청자들이 가장 열광하는 코너는 관료들이 어떤 상황을 상부에 보고하기까지의 모순된 과정을 청산유수로 풀어내며 관료들의 병폐를 꼬집고 비트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선생님이 어린 유치원생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듯 사회와 정치인들을 풍자하는 코너 '사마귀유치원'이다. 옛날에는 정치인들을 소재로 한 개그가 성대모사 정도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정치인들의 속마음까지 끄집어내어 개그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얼마 전 "국회의원 되는 거, 어렵지 않아요~"라는 개그맨의 대사를 두고 시청자들은 호평 일색이었다. 그 내용인즉슨, 국회의원에 당선되려면 선거유세 때 시장을 돌아다니며 할머니들과 악수해 주면 되고, 평소에 먹지 않던 국밥도 한 번에 먹으면 된다는 것이다. 선거 유세 공약도 어렵지 않다. 도로나 다리를 놔준다든가, 지하철역 개통을 약속하면 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괜찮다. 말로만 하면 된다. 얼마나 많은 정치인들이 거짓 행동과 엉터리 공약으로 국민을 희롱했으면 이럴까 싶다. 하지만 정치인 모두가 이런 풍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달 22일 타계 5주기를 맞이한 최규하 전 대통령처럼 청렴하고 검소한 삶을 살았던 정치인은 예외가 아닐까 싶다.

최규하(崔圭夏)는 1919년 7월 16일 강원도 원주 출생으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정당에 참여하지 않고 직업공무원으로 출발하여, 과장'국장'차관'장관'국무총리를 차례로 거쳐 대통령직에까지 오른 첫 번째 사람이다. 1976년 국회 동의를 거쳐 국무총리가 된 뒤 1979년 10'26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었고, 그해 12월 6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제10대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8개월 만에 사임했다.

역대 최단기 대통령이 된 이유는 신군부 세력이 12'12사태를 일으키고 권력을 장악하여 대통령 통치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에도 있었지만, 그의 강단이 없는 유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성격을 나타내는 그의 이름을 보면, 음운오행에 목(木)과 토(土)의 기운이 작용하는 이름으로 목은 재성(財星)이 되고, 토는 비겁(比劫)에 해당된다. 남자의 이름에 재성이 비겁을 만나면 그 성격은 융통성이 부족하고, 겉으로는 강해보이나 속심은 여리다. 전투적인 사업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으며, 회사원이나 공무원 같은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자존심도 강하여 남에게 욕먹는 일을 싫어하며, 자신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는 심성이 강해 도덕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이름의 성격을 가진 그에게는 대통령보다는 장관이나 국무총리 같은 참모직이 더 편했을 것이다. 비운의 대통령, 또는 침묵의 대통령이라고 간혹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역대정치인 중에 친인척비리가 없는 청렴한 대통령으로도 기억되는 사람이다. '재물은 살 수 있을 정도만 있으면 된다'는 검소한 생활신조가 배어 있는 그의 사저와 유물들을 서울시가 문화재로 등록하고 개방한다고 하니, 정치하는 분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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