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정치는 아직 80년대…진화하는 서울과 대조

온라인에선 SNS 위력 확인…지역의원 아직도 연단강의

#27일 오후 6시 54분.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지금의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1. 패인에 대한 신랄, 객관적인 분석 2. 총선과 대선 대비를 위한 읍참마속의 의지와 행보 3. 사회와 국가에 대한 책임 여당으로서의 모범과 희생.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겠다는 변화의 결기로…".

28일 오전 7시 현재 7개의 답글이 달렸다. 김응일 씨는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은 지역구 조직 강화, 총선 대선 체제로 돌입 개편-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본부 설립, 청년층 장년층 홍보전략 수립해야"라고 했다. "정치인이 연설이나 언변만 좋다고 해먹는 시기는 흘러갔다고 봅니다."(구도연 씨), "한나라당은 수구 이미지가 너무 강해요. 디지털시대의 변화를 따라오지도 못하고 변화가 무엇인지도 모르지요."(윤대원 씨) 정 의원은 인터넷으로 유권자와 실시간 소통 중이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박경철 시골의사의 '희망공감 청춘콘서트'는 젊은 층과 직접 만나 대화하는 소통의 새 장을 열었다. 아마추어 가수들이 행사장 곳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행사장을 찾은 이들은 묻고 싶은 이야기를 준비된 포스트잇에 써 붙인다. 좋은 이야기를 들은 젊은이들은 실시간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려 소식을 나누고 일부는 자신의 블로그에 후기를 쓴다. 안 교수가 기존 정치, 낡은 정치를 지적했을 때 젊은 층이 환호한 것도 충분한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표율 45%가 넘으면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내용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전파됐다. 한 언론사는 우리나라의 트위터리안(twitterian'트위터 사용자) 400만 명 중 이날 3천763명이 주도해 55만5천315건의 글이 퍼졌고, 출퇴근길 투표소행을 이끌면서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서울시장 보선 투표율은 48.6%로 전국 평균(45.9%)을 넘어섰다.

정치인의 트위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개설된 트윗폴(www.twtpol.com)에 따르면 한나라당 국회의원 171명 중 트위터를 사용하는 이는 105명으로 61% 정도다. 대구경북 27명 국회의원 중에는 이한구(대구 수성갑), 정수성(경주), 정해걸(군위'의성'청송) 의원을 뺀 24명(89%)이 개설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부실하다.

'트위터 비활동 한나라당 후보'에 10명의 이름이 올랐다. 홍사덕, 이명규, 서상기, 박종근, 조원진, 이상득, 김광림, 장윤석, 성윤환, 강석호 의원이다. 트위터 활동 중인 의원 중에도 이번 10'26 재보선과 관련한 코멘트를 한 의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배영식 의원(대구 중'남)만이 "여성정치지도자로서의 미래와 가능성을 열어준 나경원 최고위원께 박수를 보낸다. 한나라당은 서울시민들의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앞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정활동에 온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라고 썼다. 특임장관까지 지내 정치적 스펙트럼을 넓힌 주호영 의원(수성을)은 지난 추석 인사와, '특임장관에서 복귀했다'는 단 2개의 글이 올라 있을 뿐이다.

젊은 층이 많은 수도권과는 달리 대구경북권은 인터넷을 통한 의정활동이나 SNS를 통한 소통이 필요없다는 지적도 있다. 유권자도 제대로 쓰지 못하니 애써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TK 정치인들이 지역구의 국회의원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그들이지만 집권 여당 내에서 나아가 여의도 정치판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전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멀티폴리티션(multi-politician)이 시대의 조류고 지역민의 희망이다.

비단 SNS 소통만이 아니다. 축사나 행사장 인사말로 대변하는 '연단 강의'를 벗어나 '청춘콘서트' '북 콘서트' 등과 같은 재기 발랄하고 효과적인 오프라인 소통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족한 정치후원금을 채우고, 차기 총선용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출판기념회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수도권 의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