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소설가 김동인(1900~1951)은 소설을 쓸 때 일본어로 구상하고 조선어로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말로 한 생각을 조선어로 옮기기에 알맞은 단어를 찾는데 어려움이 컸다고 했다.
평범한 작가라면 모국어로 구상하고 모국어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김동인은 어째서 일본어로 구상할 수밖에 없었을까. 일본 근대문체성립의 거장으로 알려진 소설가 후타바테이 시메이(1864~1909) 역시 일본 최초의 언문일치 소설 '뜬구름'을 먼저 러시아어로 쓴 다음 일본어로 번역했다고 한다. 그는 이 작품을 쓰는 내내 표현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글쓰기의 중단과 반복을 거듭했다. 대체 근대초기에 언어와 글쓰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지은이 안영희는 "김동인이 소설을 쓸 당시에 한국에는 '그는 생각했다'와 같은 문체가 없었다. 삼인칭 대명사와 과거시제가 동시에 들어간 근대문체를 만들기 위해 김동인은 일본어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즉 언문일치라는 근대문체는 말과 글이 일치하는 문체가 아닌 새로운 문체의 탄생이었다. 김동인은 이 새로운 문체를 만들기 위해 일본어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김동인을 비롯해 이인직, 최남선, 이광수, 염상섭 등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적 작가들 대부분은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한국 근대문학 연구는 일본문학과 관련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은이는 "지금까지 근대문체가 근대 이전의 문체와 다르다는 점은 일반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한일근대문체를 치밀하게 검토해 어떻게 다른가를 파헤친다"고 말한다. 432쪽, 2만9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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