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주기가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스무 살까지 배우고, 60세까지 일하고, 80세까지 산다던 '20-60-80' 법칙은 깨졌다. 지식기반사회의 진전과 고용없는 성장사회의 도래, 그리고 급격한 노령화는 평생직장, 한우물 파기를 어렵게 만든다. 나이에 따라 일과 삶이 변화되는 '인생 4계(季), 100세 시대'는 준비하고 맞이하지 않으면 축복 아닌 재앙으로 다가올 우려가 크다. 급속한 노령화는 2012년에 돌파한다던 '80세의 벽'을 벌써 3년 전에 뛰어 넘게 만들었고, '장수 리스크'가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로 다가왔다. '인생 4계, 100세 시대'가 진전될수록 평생학습의 역할은 커진다. 평생학습이 더 이상 학령기 교육을 보충하는 소극적 차원이나 취미 교양 오락생활의 연결선 상에서 이해되던 시기는 지났다. 고령인력이 여성인력에 이어서 제3의 대체인력으로서 부각되면서, 은퇴자나 중고령자의 노동력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는 혈안이 되어 있다.
◇ 5563 베이비 부머들 "일하고 싶어요"
2000년 통계청은 기대수명을 2010년 78.8세→ 2020년 80.7세→ 2030년 81.5세로 예측했다. 하지만 예측보다 더 오래 사는 사람이 많아지자 2010년에 79.6세→ 2020년 81.5세→ 2030년 83.1세로 수정했다. 2012년에야 돌파한다던 '80세의 벽'은 2008년에 깨졌다. 새 기대수명 예측에 따르면 살아있는 1954년생 남성의 79%(1천 명 중 792명)가 20년 뒤인 2030년까지 살고, 이 중 절반은 다시 22.6년을 더 살게 된다. 올해 만 40세(1971년생) 남성의 절반(47.3%)이 94세 생일상을 받고, 여성은 48.9%가 96세 생일상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40세 남성 10명 중 4명(39.6%)이 98세 생일상을 받게 되는 셈이다. 동갑내기 여성은 46.2%가 98세까지 살게 된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직장수명은 역으로 더 짧아지고 있다. 취업규칙으로 성문화되어 있는 정년(300인 이상 사업체 기준)은 57세이지만 실제로는 평균 53세에 퇴직한다. 53세에 퇴직하면 연금을 지급받는 60세(2013년 61세에서 매 5년마다 1세씩 증가)까지 특별한 수입 없이 약 10년 정도 살아야 한다. 그래서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된 5563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들의 63.9%는 은퇴 후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
◇ 한국인 장수리스크 지수 0.87
5563 세대의 은퇴는 고령화 추세의 뇌관이다. 그들은 퇴직 대열에 들어섰지만 노후 대비는 못하고 있다. 자녀양육에 쏟아 붓느라 '늘어난 노령기'에 대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의 장수리스크 지수가 매우 높다. 무려 0.87이다. 미국( 0.37)'일본(0.35)'영국(0.33)의 약 세 배다. 예상치 못한 은퇴 후 기간을 예상한 은퇴기간으로 나눈 한국의 장수리스크 지수 0.87은 예상보다 87% 더 긴 은퇴 기간을 산다는 뜻이다. 빨리 닥치고, 더 길게 사는 '100세 쇼크'에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평생학습이다. 덴마크, 미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영국 등은 평생학습과 재취업, 그리고 사회봉사의 유기적인 시스템을 통해 '인생 4계, 100세 시대'를 착착 준비하고 있다. 학령기 때 공부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학습과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 타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고, 행복한 시니어를 배출하는 것이다. 사람은 꿈이 있어야 행복하다. 학습은 사람을 꿈꾸게 하고, 덤으로 일자리까지 연결될 확률이 높아진다. 꿈꾸는 시니어, 행복한 은퇴자를 만드는 것은 바로 평생학습이다.
◇일본 평생2전직4학습 체제 도입
일본은 21세기 비전 2030에서 '평생2전직4학습'(平生二轉職四學習) 체제를 도입했다. 이는 전 국민이 80세까지 재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평생 두 번 전직할 수 있고, 전직과 전직 사이의 학습과 은퇴 후 학습 등 총 4회에 걸친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도 제대 군인들을 위한 퇴직프로그램이 있고, 퇴직자를 위한 전직훈련을 포스코 등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은 관심이 없다. 무작정 늘어난 노후문제를 개인과 가족의 몫으로만 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큰 그림은 국가가 그려줘야 한다. '인생 4계,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정책은 인력개발 및 활용이 핵심이다. 복지를 넘어서 평생학습을 통해 고용능력을 갖춘 시니어들을 배출하여 일하는 시간을 늘려주도록 정책변화가 있어야 한다.
"여가활용차원의 노인교육과는 다른 미래노인, 뉴시니어를 양성하도록 평생학습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홍숙희 부천시민학습원장은 "고급 노인인력을 양성하여 경제활동 및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인구 87만 명의 부천시에는 2006년부터 가급적 많은 사람이 양질의 일자리에서 최대한 오래 고용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평생직업능력개발에 부천상공회의소와 한국노총 부천지역본부가 힘을 합쳤다. 부천시 노사관계는 갈등과 대립관계에서 탈피, 근로자의 평생학습을 촉진하는 생산적, 협력적 노사관계로 발전되었다. 2012년에는 부천지역 150여 개 직업훈련기관의 정보를 하나로 묶은 부천직업훈련정보사이트가 개통된다. 삶의 학습비전과 지자체의 성장비전을 함께 그려가는 것이다.
◇인생 100세 통합지원센터 구축을
성인평생학습 참여율 1% 증가 시 경제성장은 0.15%포인트 성장하는 점을 감안할 때, 중고령자를 일방적 소극적 복지대상으로 간주하지 말고, 가치창출의 주체로 거듭나게 할 필요가 있다. 권재현 평생교육진흥원 전략기획실장은 "가칭 인생 100세 통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국가단위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관-산-학이 연계한 100세 사업총괄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주대 양병찬 교수(평생교육)도 각 대학들이 100세 시대 평생교육 추진의 거점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성인들은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을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 평생교육원들은 대학 부설이라는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는데다가, 대학 수익사업에 치중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개선이 불가피하다. 양 교수는 "대학본부 내에 성인학부 또는 평생학습대학을 단과대 수준으로 설치하고, 100세 시대 중고령자 학습센터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대학 평생교육원이 은퇴자 및 은퇴 준비자를 대상으로 수익창출형, 사회적응형, 사회봉사형으로 구분하여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렇게 양성된 인력이 시니어 마이스터로 세대간 지혜나눔, 원로과학기술인 및 예술인 봉사, 제3세대 하모니사업, 학교 보안관, 특성화고 강사활용 등으로 다양하게 활동하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최미화 뉴미디어국장 magohalmi@msnet.co.kr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서 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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