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결핵

약 함부로 끊으면 큰일…내성 생기지 않게 6개월 이상 먹어야

사라진 줄 알았던 질병 '결핵'(tuberculosis)이 다시 늘고 있다. 지난해 새로 결핵에 걸린 환자 수도 전년보다 조금 늘었다. 결핵정보통합관리시스템에 신고된 결핵 신환자 수는 3만6천305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폐결핵이 가장 많은 2만8천176명을 차지했다. 결핵으로 숨진 환자도 지난해 2천365명으로 전년 대비 3.2% 늘었다. 인구 10만 명당 4.7명이 숨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의 환자 증가율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아울러 대구의 결핵 사망자는 2007년 126명, 2008년 145명, 2009년 134명을 기록했으며, 경북은 2007년 240명, 2008년 247명, 2009년 244명으로 나타났다.

◆최근 결핵환자 새로 늘어

결핵은 결핵균(mycobacteria tuberculosis)에 의해 폐 또는 다른 장기에 감염되는 질환이다. 기원전 7천 년경 석기시대의 화석에서도 흔적이 발견됐으며,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위험한 결핵균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882년 독일의 세균학자 로버트 코흐(Robert Koch)가 병원체인 결핵균을 발견해 학회에 발표하면서부터. 결핵균은 건조한 환경에도 잘 견디며 알코올, 알칼리, 산이나 살균제 및 일반 항균제에도 저항력을 갖고 있다. 아울러 산소 농도가 높은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폐 중에서 가장 높은 윗부분에서 잘 생긴다.

주로 폐결핵 환자로부터 나온 미세한 침방울 혹은 비말핵(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결핵균이 들어 있는 입자가 공기 중에 나와 수분이 적어지면서 날아다니기 쉬운 형태로 된 것)에 의해 직접 감염된다. 그러나 결핵균이 들어온다고 해서 모두 결핵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여러 원인으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결핵을 앓게 된다. 에이즈, 규폐증, 만성 신부전 및 투석, 당뇨, 면역 억제제 투여, 위장 절제술 등의 수술 경험, 특정 장기이식 시기, 영양실조 및 심한 저체중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결핵균 접촉자의 30% 정도가 감염되고, 감염된 사람의 10% 정도가 결핵 환자가 된다. 발병하는 사람들의 50%는 감염 후 1, 2년 안에 발병하고 나머지 50%는 특정 시기, 즉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발병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WHO 협조를 얻어 1965년부터 5년마다 전국결핵실태조사를 1995년까지 7차에 걸쳐 실시했다. 이후 어느 정도 폐결핵이 조절된 것으로 판단하고 2000년부터 실태조사를 하지 않고 보고만 해 왔다. 그러나 최근 결핵 발병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2000년 8월 이후 의사들의 신고에 기반을 둔 결핵정보 감시체계가 출범했다. 이후 통계자료를 보면 새로운 환자의 연령 평균은 40대 이상이고, 남녀별 발생률은 약 1.6대 1로 남성이 다소 높은 편이다.

◆다른 폐질환과 증상 구별 어려워

일반적으로 성인 폐결핵 환자의 흔한 초기 증상으로는 잦은 기침, 객혈(피를 토하는 것), 발열, 전신적인 무력감과 미열, 체중 감소 등을 꼽을 수 있다. 대개 가벼운 기침부터 생기지만 증세가 심하지 않거나 만성적이다 보니 환자들이 잘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진행되면 기침도 잦아지고 객담(가래) 또는 혈담(피 섞인 가래)이 함께 나오는 경우가 있다.

혈담은 객혈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초기보다는 대체로 병이 진행된 경우에 많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기관지염이나 폐렴과 비슷해 구별해 내기가 어렵다는 것. 아울러 일반적으로 폐결핵 환자의 70~80% 정도가 급성이거나 거의 급성에 가까운 증상을 갖고 있다. 이것 역시 폐결핵 환자에게만 있는 특징적인 증상은 아니다.

이 때문에 결핵으로 생긴 증상인데도 환자 자신은 물론 의사들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감기나 다른 폐질환 또는 담배를 많이 피워서 생기는 증상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증상만으로는 결핵 여부를 진단하기 어렵다는 것. 그러나 대체로 기침과 가래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결핵에 관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병이 진행돼 폐 손상이 심해지면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흉막이나 심막까지 번졌을 때엔 가슴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전신 증상으로는 발열, 밤에 땀이 남, 쇠약감, 신경과민, 식욕부진, 소화불량, 집중력 소실, 체중감소가 생긴다.

◆6개월 이상 장기 치료가 필요

일단 증상을 보고 폐결핵을 비롯한 폐질환이 의심되면 흉부 X-선 촬영을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확진이 어렵다. X-선상에서는 폐결절부터 흉막염까지 다양한 질환으로도 이상 여부가 나타나기 때문. 확진 검사로는 '객담 항산균검사'가 있다. 객담, 즉 가래 속에 있는 균을 확인하는 것. 폐결핵 초기에는 객담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확진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럴 때엔 흉부 X-선 사진, CT 촬영으로 질환 여부를 짐작한 뒤 기관지경검사를 통해 분비물을 얻은 뒤 검사를 하게 된다.

폐결핵으로 확진되면 항결핵제를 투약한다. 1차와 2차로 나뉘는데, 처음 진단되면 1차 항결핵제로 치료를 한다. 하지만 내성이 생긴 경우엔 항산균 배양 및 약제감수성 검사 결과에 따라 2차 항결핵제로 바꿔 치료한다.

결핵 치료 시 중요한 원칙 네 가지가 있다. 첫째, 결핵균은 세포벽이 두껍고 지방질이 많아서 약제 침투가 잘 안 된다. 따라서 여러 가지 약제를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 둘째, 약제를 아침 공복에 한꺼번에 먹어야 한다. 이때 혈중약물농도가 최고로 높아지고 결핵균을 죽일 수 있기 때문. 나눠서 복용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약제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셋째, 약제를 매일 빠뜨리지 말고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불규칙적으로 복용하면 약제 내성이 잘 생긴다. 과거 우리나라에 내성 결핵의 가장 흔했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넷째는 장기간 치료를 해야 한다.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

항결핵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위장 장애다. 영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이관호 교수는 "위장 장애가 심하면 위장약을 사용할 수 있지만 결핵약 흡수를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대부분은 약을 먹다 보면 위장 증세는 저절로 좋아지며, 이 밖에 결핵약의 부작용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복용 중 이상이 생기면 주치의와 즉시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제공=대구경북권역 호흡기전문질환센터(영남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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