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여 년 지속된 대구경북 시도민의 한나라당에 대한 일방적 선택과 지지가 지역 정치권과 행정, 지역의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떨어뜨리면서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이 당선이라는 등식이 고착화하면서 정치인과 단체장들은 인물과 정책차별화를 찾아볼 수 없고 지역 발전을 위한 실천과 고민보다는 소속 정당만 바라보며 정치와 행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데도 시'도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해 굳건한 지지를 보이며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사실상 한나라당 독점 구조를 만들었다.
현재 대구경북 27명의 국회의원 중 무소속 1명을 제외하고 26명이 한나라당 소속이고, 광역 및 기초단체장 33명 가운데 8명을 제외하고는 한나라당 일색이다.
정치권, 단체장의 무능과 무사안일이 지역의 경쟁력 저하로 연결되면서 대구는 20년 가까이 GRDP(지역내 총생산)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경북 북부와 동북권은 전국의 오지 중의 오지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 출신의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대구가 GRDP에서 전국에서 꼴찌인 것은 특정 정당이 독식한 참혹한 결과다. 경쟁이 없으면 부패가 싹튼다"며 지역주의에 따른 특정 정당 독식 구조의 폐해를 지적했다.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안동)은 "전국 간선도로망 보급률이 충남 84.8%, 전남 85.7%인 반면 경북은 53.8%에 불과하고, 국도 4차로 이상 도로망의 경우에도 경북은 43.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단체장들도 별반 반성의 빛이 없다. 한나라당 공천 없이는 당선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역 정치권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한나라당과 정기적으로 당정협의를 하지만 이벤트성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라도 협조와 조정조차 되지 않는다. 취수원 이전을 두고 대구와 구미 간의 다툼이 대표적 사례다.
정치와 행정이 똑같은 정치적 뿌리를 공유하면서 수십 년 동안 공생관계를 유지한 까닭에 견제와 감시라는 행정시스템이 상실된지도 오래다. 지역민의 민원에 코가 꿴 정치가 행정에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정책의 혼선을 초래했고, 행정은 공천권을 매개로 안전한 '한나라당 우산'에서 몸을 사리고 있다.
이처럼 정치와 행정이 동종교배를 하면서 정상적인 견제와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방의회가 행정 비리를 파헤치기는커녕 감싸주고 숨겨주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행정을 감시하는 것이 정치인데 행정과 정치가 한통속이니까 행정이 긴장감이 없고 시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좋은 서비스도 제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예산 투쟁을 하지 않고, 혁신 및 기획 능력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와 경북도 간부 공무원들은 "신공항, 과학벨트 유치전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겪으면서 지역의 야권 육성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야당의 지원이 있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다른 지역은 여러 정당들의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데 지역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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