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10'26 재보선 결과 때문이다.
이명박호에 대한 민심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대구 서구와 칠곡 등 일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자리를 가져갔지만, 낮은 투표율과 조직선거란 점을 감안할 때 선거는 참패와 다름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무릎 꿇고 반성해야 할 시점인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여당 대표는 선거결과에 대해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고 어이없는 개그를 내뱉었다. 선거 초반부터 네거티브에 올인했던 여당 측은 자당 후보를 공격했던 이들을 명예훼손이니 흑색선전이니 하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젊은층과의 소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필요성에 대해 관심과 경각심을 가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눈치 챈 한나라당 일부 인사들은 이번 재보선에 비춰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신종 매체와 SNS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인터넷 녹음방송(Pod cast;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소통의 분출구였다면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로 대표되는 SNS는 이를 빠르고 널리 전파하는 강력한 도구였다. 아이팟(iPod)의 pod과 방송(broadcast)의 cast를 합친 팟캐스트는 독립 제작자들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는 신종매체다.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에 치명타를 가했던 주요 이슈가 나꼼수를 통해 상당수 생산, 유포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서초구 내곡동에서 사저용으로 쓸 땅을 정부예산을 들여 아들 명의로 사들였다는 의혹,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연회비 1억 원인 피부클리닉을 출입했다는 주장이 나꼼수를 통해 제기됐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논의되던 2005년 나 후보가 국회 교과위 위원이던 정봉주 당시 국회의원을 찾아가 아버지 소유의 학교가 교육부 감사대상에 들어가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도 폭로했다. 현직 판사인 나 후보의 남편이 2006년 서울 서부지검에 나 후보를 비방한 네티즌 한 명을 기소할 것을 부탁했다는 주장도 나꼼수에서 나왔다.
나꼼수에서 나온 '소식'은 SNS를 통해 삽시간에 국민들에게 전파됐고, 언론에서 재생산됐다. 스마트폰의 투표 인증 샷을 통한 투표권유운동은 많은 예산을 들인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참여운동에 비할 바 아니었다. 정부 여당이 나꼼수와 SNS에 신경을 곤두세울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권력층의 대응방식은 어처구니가 없다. 나꼼수와 같은 신종 매체가 왜 태어났는지, 여기서 생산된 정보에 왜 관심이 쏠리고, 급속하게 파급됐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뒷전이다. 오히려 당장 자당에 불리하게 작용한 신종매체들에 대해 어떻게 제재를 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새로운 소통매체나 수단을 통제하고 관리할 법안을 마련하는데 혈안이다. 권력자가 자신의 귀를 막고, 신종 매체에 재갈을 물린다고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특히 젊은층은 나꼼수에서 나온 정보에 왜 그렇게 관심을 갖고, 그 전파의 속도는 왜 그렇게 빠를까.
나꼼수는 비록 정제되지 않은 정보라고 할지라도 제도권 언론이 할 수 없는 소통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막힌 물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그곳에서 나온 정보가 일그러진 사회현상과 세태를 어느 정도 제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1억 원 피부클리닉은 생활고에 내몰린 서민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와 재단감사 회피 로비는 권력층의 횡포와 어두운 뒷거래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부의 대물림과 빈곤의 악순환, 취업난, 교육'의료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사회, 권위적 체제에 대한 불만이 신종매체에 그대로 접목된 것이다.
민심이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린 것은 신종 매체나 소통수단 때문이 아니라 그 매체와 수단이 반영하고 있는 정치사회적 현상 때문이다. 비제도권 매체와 첨단 소통수단은 일그러진 사회와 권위적 체제하에서 더 많이 생산되고, 더 맹위를 떨치기 마련이다.
대구경북민들도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어떤 정치세력이 시대적 흐름과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어떤 새로운 정치세력이 지역의 대안세력인지, 시'도민들이 키워야 할 정치세력은 누구인지 꼼꼼히 살펴야겠다.
김병구/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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