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리스 '도박 투표'에 세계경제 휘청…美·유럽·아시아 일제 증시 하락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가 봉합되지 않으면서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지난달 27일 유럽연합(EU) 정상과 합의한 2차 구제금융안 수용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기 때문이다. 국민투표가 통과되지 못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은 물론 유로존을 탈퇴할 수 있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치적 도박'이라고 읽히는 이유다. 그리스 국민투표가 내달 초에 예정돼 있어 내년 상반기에 세계경제 위기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도 저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스의 국민투표 계획이 전해지자 글로벌 금융 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1일 미국, 유럽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데 이어 2일 개장한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1.62포인트(0.61%) 떨어진 1,898.01로 거래를 마쳐 5거래일 만에 1,800대로 내려앉았다. 전날보다 39.12포인트(2.05%) 급락한 1,870.51로 출발한 뒤 오전 한때 49.80포인트 폭락한 1,859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리스의 '국민투표 카드'는 그리스 국채를 50% 탕감해주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확충하는 해결책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묻겠다는 그리스 정부의 선택이다.

그러나 때에 맞지 않는 쇼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적잖다. 유럽의 경기가 호락호락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은 1.6%로, 5월 발표한 2%보다 낮아졌다. 내년 성장률은 0.3%로 성장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우려 섞인 전망은 유로존의 국채 291조원어치가 내년 1분기에 만기를 맞는다는 점도 감안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그리스 부도 사태와 무관하게 우리나라의 내년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스위스 대형 금융그룹인 UBS도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8%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표들은 이미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전월차는 지난 7월 0.3%포인트에서 8월 -0.1%포인트, 9월 -0.4%포인트 등으로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선행지수는 일반적으로 6개월 후의 경기상황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내년 1분기에는 경기상황이 더욱 나빠진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월의 전년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9.3%로 8월(25.5%), 9월(18.8%)에 비해 크게 둔화했다. 특히 유럽지역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4% 줄었다. 지난 3분기의 국내총생산(GDP)도 전분기보다 0.7% 증가하는 데 그쳐 작년 4분기(0.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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