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당 '돌아오지 못할 다리' 건넜다

한미 FTA 결사저지…최고위원회의 재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안 처리와 관련 여당의 밀어붙이기에 제1야당이 완강히 버티고 있다.

민주당은 '당리당략을 넘어선 국익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한나라당의 압박에도 불구 '결사 저지' 입장을 고수 중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의 간과 쓸개를 다 내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재재협상하지 않으면 여당의 단독 강행처리에 결단코 반대한다"며 "야5당과 함께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손 대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간 회담을 통해 합의된 피해대책안도 의원총회에서 부결시키며 강경한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민주당의 선택을 두고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는 방법으로 현 정권에 타격을 입히면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 의회가 한미 FTA 이행법안을 처리한 시점에서 한미 양국이 재재협상을 벌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더불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시장의 비중을 감안 하면 한미 FTA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정치권의 중론이기도 하다.

참여정부 당시 한미 FTA를 추진한 배경 역시 실용정부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제영토 확장'이었으며 손 대표를 포함한 현 민주당 지도부 역시 당시 한미 FTA 추진에 대해서는 '현실론'을 강조했었다.

그럼에도 불구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공세에 정면대결을 하기로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10'26 재보궐선거를 통해 어렵게 잡은 정국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석부족으로 한나라당에 끌려다니기만 하던 민주당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양극화 심화, 대기업위주의 정책, 굴욕외교 등을 비판해 온 민주당으로서는 FTA 반대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모처럼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맞서면서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 4월 총선을 겨냥 농촌지역 민심을 얻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농촌이 많은 호남지역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은 한미 FTA 피해대책안 마련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그동안 농민들의 숙원사업을 모두 들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호남의 농어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경우 한미 FTA 반대로 잃는 것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범야권대통합의 성사는 물론 그 과정에서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도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한 명확한 입장(반대)을 가지고 있는 진보진영과의 통합논의가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참여정부 시절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진보진영과 결별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한미 FTA에 찬성하면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이 참여하는 야권통합에 나설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민주당은 참여정부 때와 말이 다르기 때문에 큰 힘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민주당의 '처지' 때문에 FTA 비준안은 결국 한나라당의 '결단'(직권상정 및 물리력을 동원한 강행처리)에 의해 운명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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