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한이 낯선 북한이탈주민] <하> 자녀 교육기관 태부족

"너무 어려운 남한 수업…학교가기 싫어요"

북한이탈주민들의 초등학생 자녀들이 3일 오후 북한이주민지원센터가 지난해 4월 개소한 발개돌이 공부방(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방과후 수업을 받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북한이탈주민들의 초등학생 자녀들이 3일 오후 북한이주민지원센터가 지난해 4월 개소한 발개돌이 공부방(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방과후 수업을 받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북한이탈주민(새터민)들이 남한 사회에서 부닥치는 큰 고민 중의 하나가 자녀 교육 문제다. 아이들을 위한 전문교육기관이 전혀 없고 교육 지원 프로그램도 없다시피하다.

◆학교 적응이 너무 힘들어요

대구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지난해 서강대에 입학한 새터민 A(22) 씨. 2006년 탈북해 대구에 정착한 그는 2007년 지역의 모 고교에 입학했지만 남한 고교의 교육 체계, 수업 방식 등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영어는 까막눈과 같았다. 하지만 도움을 받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A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입학해 3년 내내 정말 힘들었다. 입학하고 곧바로 본 모의고사에서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기록해야 하는 OMR카드에 형광펜으로 표시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달서구 모 초등학교에 다니는 B(12) 양. 두 달 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우리말은 간단한 대화만 가능했다.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가 힘에 부쳤고, 급우들과도 어울리기 힘들었다.

B양의 어머니는 "나는 남한에서 힘들어도 견딜 수 있지만 딸까지 남한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새터민 자녀를 위한 전문 교육기관 및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 없어 사회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대구북한이주민지원센터에 따르면 2010년 현재 대구에서 일반 초'중'고에 다니는 새터민 자녀는 35명(초교 22명, 중학교 9명, 고교 4명)이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남한의 교육과정에 적응을 못 해 수도권에 있는 대안학교로 전학 가거나 중퇴한 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실정이다.

대안학교뿐 아니라 새터민 청소년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대구북한이주민지원센터가 자체적으로 배움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것. 또 초등학생을 위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은 지난해 4월 개소한 '발개돌이 공부방'(달서구 상인동)이 유일하다. 가정집 3층을 고쳐 만든 이 공부방에는 새터민 초등학생 8명이 방과 후에 찾고 있다.

새터민 청소년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NGO도 대구 KYC뿐이다. 2005년부터 '새터민 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구 KYC는 자원봉사자와 새터민 청소년들을 연결시켜 남한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하지만 연 300만원에 불과한 지원예산으로 운영에 애로가 많다.

◆교육 지원 프로그램 늘려야

서울과 수도권에는 새터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진학 상담, 각종 캠프, 방문 교사 지원 등 새터민 자녀를 위한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 새터민 청소년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발개돌이 공부방 이은희(27'여) 교사는 "공부방에 오는 새터민 초등학생들이 학교 적응도 훨씬 잘한다. 북한에서 온 학생을 위한 공부방이 지역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렬 대구 KYC 대표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새터민 청소년들을 지원할 시스템이 안 돼 있다"며 "대구시와 경북도는 새터민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성지 경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지역에 새터민 청소년들이 많지 않아서 대안학교 등 전문학교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소수의 청소년을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결국은 예산과 인력 문제인데 지방자치단체가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을 하듯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영남권 대안학교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무지개청소년센터 허수경 남북통합지원팀장은 "새터민 청소년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특화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며 "영남권의 새터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도 고민할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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