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평습지 단골 재두루미 어디 갔나

두루미 2년 전보다 '4분의 1'↓ 철새도래지 이름값 잃을 위기

구미 해평습지가 철새 도래지의 명성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해평습지를 찾는 두루미들이 4대강사업 시행 이후 급감했다는 지적(본지 10월 13일자 5면 보도)과 함께 지난해와 올해 해평습지를 찾은 두루미가 전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 4마리가 해평습지를 찾아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날 오전 일본 이즈미로 날아간 것을 비롯해 지난달부터 이달 현재까지 두루미 670마리가 날아왔다 이즈미로 향했다. 그러나 해마다 이맘때쯤 해평습지를 찾던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구미 해평습지를 찾은 두루미는 편도 기준으로 지난 2008년 3천153마리였으나 낙동강사업을 시작했던 2009년 2천374마리, 2010년 1천187마리였다. 올해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 2년 전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처럼 해평습지를 찾는 두루미가 감소한 이유는 4대강사업으로 강바닥 모래를 파내면서 새가 좋아하는 수심 얕은 지역이나 강변에 넓게 펼쳐져 있던 모래톱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철새들의 먹이 공급처였던 하중도(퇴적물이 쌓여 강 중간에 생긴 섬)도 강바닥 준설과정에서 많이 유실돼 더 이상 먹이를 제공하기 어려워졌다.

낙동강사업 칠곡보와 구미보 사이에 있는 구미 해평습지는 그 넓이가 760㏊로, 낙동강 상류의 빠른 강물이 가져온 풍부한 영양물이 침전'퇴적돼 모래톱과 물풀 등이 어우러져 형성된 거대한 하천습지였다.

해평습지는 철새 외에도 독수리와 원앙, 왜가리, 백로, 까치, 황조롱이 등 텃새들도 더불어 서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미는 공업도시임에도 두루미가 찾는 청정지역이란 찬사를 받았으며, 해평습지는 국내외 환경전문가들은 물론 사진작가, 일반인들까지 앞다퉈 찾는 국제적 철새 도래지가 됐다.

김일두 구미시 야생동물보호감시원은 "올해 구미를 찾은 두루미는 쉴 곳을 찾지 못해 한참 동안 상공을 맴돌다가 하중도 아래 일부 남은 모래톱에 머물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낙동강 주변 환경이 나빠지다 보니 구미에 오는 두루미가 줄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구미시는 "내년까지 낙동강과 감천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숭선대교까지 246만9천㎡에 걸쳐 대체습지를 조성하면 철새들이 더 많이 날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사진·지난달 20일 구미 해평습지를 찾은 흑두루미들이 낙동강 강바닥 일부에 남아 있는 모래톱에서 쉬고 있다. 김태형 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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