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장 결국 국내인물 경쟁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핵심인 기초과학연구원을 이끌 주인공이 이달 중순께 가려질 전망이다.
그러나 2~3명의 최종 후보가 이미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인사들로 채워질 것으로 알려져 지난 5개월간 진행된 정부의 해외 거물급 석학 영입 작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원장후보 추천위원회(Search Committee)는 후보들에 대한 인터뷰 결과 등을 바탕으로 다음주 초 마지막 회의를 열어 2~3명의 최종 후보자를 추릴 예정이다.
이 가운데 한 명을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골라 대통령의 재가를 요청하면, 이르면 이달 중순께 원장 최종 선임이 이뤄진다.
최종 후보로는 민동필 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과 조지 스무트 이화여대 석좌교수,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등이 유력한 상황이다.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출신인 민 이사장은 2005년 과학·예술·인문학 교수들과 함께 결성한 '랑콩트르(Rencontre;만남)' 모임을 통해 세계 일류 과학자들이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며 연구하는 공간, 즉 과학벨트의 개념을 주창한 주인공이다.
조지 스무트 교수는 우주 기원에 대한 연구로 200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2009년 이후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사업을 통해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로 위촉된 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강의와 함께 우주 기원 연구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오세정 이사장은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대 자연과학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울러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위원장으로서 법·제도를 비롯해 전반적인 연구원 출범 준비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세계적 여성 물리학자이자 가속기 권위자인 김영기 미국 페르미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미국으로 찾아간 이준승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과 교과부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 우회적으로 '고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대로 최종 후보 선정이 이뤄질 경우, 지난 6월 원장후보 추천위원회(Search Committee) 구성과 함께 시작된 기초과학연구원장 공모는 결국 '집안 잔치'로 끝나게 된다.
정부가 '세계적 석학 영입'을 강조하며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에 원장 공모 광고까지 싣고, 나름대로 김영기 박사 등 해외 거물급 인사 영입에 공을 들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기초과학연구원장 자리가 중요한 것은 과학벨트의 핵심인 기초과학연구원 운영의 전권을 원장이 갖기 때문이다.
원장은 연구원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중이온가속기 사업단장과 산하 50개 연구단 선정 과정도 주도하게 된다. 결국 기초과학연구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5조2천억원짜리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인 과학벨트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다.
과학기술계 한 인사는 "정부가 진심으로 세계적 석학을 영입할 의지가 있었다면 '생각이 있으면 공모에 응하라'는 정도가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해 적극적으로 해외 후보들을 일대일로 만나 파격적 제안을 했어야 한다"며 "연구원 행정 관련 협의 과정에서 편의를 위해 애초부터 국내 인사를 선호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해외 석학 영입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기울였고, 실제로 해외에서 응모한 분들도 후보로서 검증을 받았다"며 "최종 결과로 국내 인사가 선정될 수도 있으나, 그것만으로 해외 석학 유치에 소홀했다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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