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가 만년 하위권을 맴도는 주된 이유는 '돈' 때문이다. 대구FC에 몸담은 대표이사나 코칭스태프, 프런트 등에도 책임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없는 집안'에서 '성적'이 나오진 않는다. 일부 예외가 있겠지만, 연간 운영비(투자)와 순위(성적)는 비례하는 실정이다. 프로축구 16개 구단 중 대구FC는 대전 시티즌과 함께 살림살이가 가장 나쁜 구단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FC의 1년 예산은 80억~90억원 정도다. 대구의 예산은 올 K리그서 1, 2위를 차지한 전북(현대), 포항(포스코) 등 기업 구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고, 다른 시민구단에 비해서도 크게 부족하다.
기업 구단은 대부분 150억~200억원을 1년 운영비로 쓴다. 일부 기업 구단은 운영비로 250억~300억원을 쓴다. 시민구단 중에서도 예산이 많은 곳은 150억원에 이른다. 연간 운영비가 100억원이 안 되는 구단은 대구와 대전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량이 출중한 선수를 영입할 수가 없다. 운영비의 60~70%를 선수단 인건비로 사용하지만 항상 돈이 부족하다. 기량 있는 선수 보강은커녕 오히려 좋은 선수가 있으면 팔아 이적료를 챙기기에 바쁘다. 당장 이듬해 구단 운영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FC를 떠난 이근호, 오장은, 하대성, 진경선, 홍순학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신인이나 몸값이 싼 다른 구단의 2군, 1.5군 선수 등을 영입하거나 임대해 한 해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실력과 경험이 부족한 이들에게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목돈이 되는 팔 만한 선수가 없을 때에는 '묻어뒀던 돈'에 손을 대야 한다. 구단 자본금이다. 주식 공모를 통해 모았던 대구의 자본금은 거의 바닥난 상태다. 창단 당시 163억원이었던 자본금은 25억원만 남았다. 이마저도 내년에 손대고 나면 거의 동 난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내년까지 운영하고 나면 더는 구단을 유지할 돈이 없는 것이다.
대구FC에 대한 시민의 외면과 서포터스의 이탈도 심각한 상황이다. 창단 당시 1천 명에 달하던 서포터스는 2005년 700명, 2006년 300명, 2007년 200명, 2008년 100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엔 30여 명으로 떨어졌다. 올해 그나마 증가한 것이 70명 정도다.
관중 수도 마찬가지다. 2003년 평균 관중 9천800여 명으로 출발, 2004년 1만8천여 명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고, 이후에도 2005년 1만1천700명, 2006년 1만4천500여 명, 2007년 1만4천900명, 2008년 1만7천여 명 등 관중몰이를 이어갔지만 2009년 절반인 8천500여 명으로 뚝 떨어졌고, 지난해엔 평균 관중 5천 명도 채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는 6천400여 명으로 다소 회복하긴 했지만 흥행 부진은 계속됐다. 현재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구단 존립의 의미가 없어진다. 돈도 없고, 팬도 없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도 확보할 길이 막막하다. 대구시의 직접 지원이 힘든 상황에서 쉬메릭, 컨벤션뷰로 등의 광고를 통한 간접 지원이 14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지역 경제 침체로 후원받을 기업이 많지 않은데다 지역 대표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해프닝으로 그쳤지만 대구시의회는 대구FC의 간접 지원 예산마저 전액 삭감하려 했다.
김재하 대구FC 대표이사는 "돈이 없으면 성적은커녕 구단 운영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만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구FC가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대구시에 고정적으로 예산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시의회에도 구단이 놓인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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