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멧돼지, 틀 놓아 잡겠다고?…수렵전문가들 "탁상행정일 뿐"

지자체도 실효성 없고 관리 어려워 설치 주저

환경부가 야생 멧돼지 도심 출현을 막기 위해 전국 주요 지점에 포획틀 설치 계획을 발표하자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받은 각 지자체는 포획틀을 설치하더라도 틀에 걸려드는 멧돼지가 거의 없고 도난이나 분실, 훼손 등 관리 상의 문제가 더 많아 포획틀 설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렵전문가들도 포획틀은 "현실성 없는 보여주기 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멧돼지가 잡힐 가능성이 낮은데다 포획한 멧돼지에 대한 처리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 또 매일 멧돼지가 걸렸는지 확인해야하는 등 관리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의 경우 8개 구'군 가운데 멧돼지 포획틀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곳은 남구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멧돼지 포획틀 1기를 설치했던 달성군도 추가 도입은 주저하고 있다.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이유다.

달성군의 경우 지난해 포획틀 1기를 비슬산 등산로 주변에 설치했지만 지난 1년 간 잡은 멧돼지는 단 한 마리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포획기간인 9월 14일부터 두 달 간 수렵을 통해 잡은 멧돼지는 70마리나 된다.

달성군 관계자는 "멧돼지가 등산객들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어 설치했는데 큰 효과는 없었다"며 "추가 설치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팔공산 일대에 서식하는 멧돼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동구도 포획틀 도입에 부정적이다. 동구는 지난달부터 매주 18명씩 기동포획단을 결성해 멧돼지를 잡고 있다. 두 달 간 잡은 멧돼지만 62마리에 이를 정도로 성과가 큰 상황에서 굳이 돈을 들여 포획틀을 설치할 이유가 없다는 것.

동구청 관계자는 "신암공원 등 도심에 서식하는 너구리를 잡기 위해 설치한 포획틀도 이리저리 도난 당하는 판국에 멧돼지 포획틀까지 설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차라리 수렵을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기동포획단을 통해 각각 멧돼지 8마리와 14마리를 잡은 수성구와 북구도 포획틀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멧돼지가 영리하고 조심성이 많은데다 다니는 길이 여러 곳이어서 포획틀 한두 개로는 도심 침범을 막을 수 없다는 것. 달서구와 서구도 포획틀을 설치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남구는 멧돼지 출현이 잦은 앞산 고산골 일대에 포획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야간 등산객이 많은데다 민가와 멧돼지 출현 지점이 인접해 있어 총포 등을 이용한 수렵에 한계가 있다는 것.

남구청 관계자는 "멧돼지가 주로 야간에 움직이는데다 수렵으로 피해를 막기는 쉽지 않다"며 "사람과 마주치는 주요 길목에 포획틀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유명원 사무국장은 "금속 냄새를 극도로 싫어하는 멧돼지의 습성 상 포획틀이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며 "멧돼지가 아닌 멸종 위기종이 포획틀에 갇혀 죽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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