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아트페어에 대한 많은 환상에 젖어 있던 때라 별다른 고민 없이 싱가포르행 여객기에 올랐다.
당시 출품 경험도 없고 또 비용도 아껴야 하던 때라 부피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프레임도 없는 작품을 직접 들고 갔다. 잘 포장하긴 했지만 막상 전시를 할 때쯤에는 프레임을 하지 않았던 탓에 인화지에 구김이 가는 등 좋지 않은 상태였다. 앞뒤 부스에선 모두들 완벽한 준비를 해왔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가들의 작품들도 보였다. 적어도 그들과 함께하는 행사라는 별 의미없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작품을 설치했다. 다음날, 작품이 판매되었고 그건 사실상 판매된 나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했다.
이 같은 아트페어는 싱가포르 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열린다. 스위스의 바젤 아트페어와 독일의 퀼른 아트페어는 세계 최고의 미술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올해로 10주년을 맞게 된다. 아트페어라면 대구도 빠질 수 없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가장 큰 미술품 거래시장이라는 대구아트페어가 드디어 내일 개막하기 때문이다.
대구아트페어는 독자적이고 자생적인 아트페어다. 국내에서 키아프를 제외하고는 참여화랑이 100개 이상 되는 곳은 없으니 키아프 다음의 규모라고 봐도 되겠다.
아트페어는 다른 지역에서도 속속 개최되거나 준비를 하고 있다. 8월엔 광주에서 광주국제아트페어가 개최되었고 경주에서도 한때 아트페어를 개최하기 위해 추진한 적이 있으며 대전과 부산에서도 준비 중이다. 내년 4월 부산 벡스코에서 아트페어가 개최된다면 알게 모르게 대구아트페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아트페어의 경우 지금껏 그 규모가 점차 확장되면서 잘 진행되고 있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아트페어의 성공은 참여화랑의 수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관심과 계획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필자는 2008년 1회 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참가하였고 올해도 새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트페어에 참가하게 되면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고 액자를 제작하여 행사장으로 향한다. 주어진 공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줄 수 있는 전시를 위해 고민을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5일간의 아트페어가 막을 내리는 날이면 여기저기 분주하다. 막을 내릴쯤이면 작품을 포장한다고 정신이 없다. 개막을 준비할 때와는 또 다른 모습들이다. 갤러리스트들과 작가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다. 준비해온 작품들을 그대로 가져갈 때는 씁쓸하다. 아트페어가 끝나면 항상 빈손으로 가길 희망한다.
대구는 예술의 도시이다. 국제 규모의 아트페어가 매년 규모가 확장되면서 개최되는 것을 보면 많은 가능성이 있는 도시인 것 같다. 이 아트페어가 내일 개막한다. 최고의 작품들을 보고 싶다면 엑스코로 가볼 일이다.
송 호 진 대구대 영상애니메이션디자인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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