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에서 방영된 '라붐'(1980년'사진)을 다시 보았다.
소피 마르소의 청순한 이미지가 빛이 났던 영화다. '라붐'에서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파티장에서 리처드 샌더슨의 노래 '리얼리티'(Reality)를 듣던 장면이다. 댄스곡이 흐르고, 10대들이 모여 광란의 춤을 추는 가운데 남자친구가 헤드폰을 끼워준다. 그 순간 감미로운 이 노래가 흘러나오고 둘은 안고 블루스를 춘다. 노래 하나로 둘 만의 세상의 열어준 멋진 장면이다. 그 당시 소피 마르소의 인기와 함께 노래가 한국에서 엄청나게 히트를 쳤다.
1985년 안성기'장미희 주연의 영화 '깊고 푸른 밤'을 기억할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부와 기회를 꿈꾸는 야망의 사나이가 영주권을 얻기 위해 위장결혼 하는 이야기다. 어느 날 갑자기 이민국 직원들이 들이닥치자 궁지에 몰린 남자는 미국 국가를 노래한다.
'오! 자유의 땅, 용감한 백성의 땅 위에 성조기는 지금도 휘날리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그는 간절함을 호소력을 통해 노래에 실었고, 그의 투혼(?)에 결국 이민국 직원들이 두 손을 든다.
노래는 만국공통어이다. 노래는 그 어떤 언어보다 힘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에는 수많은 노래가 나온다. 그 중에 기억나는 장면은 많지 않은 편이다.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1994년)에서는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 ing)이다. 배우 왕정문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이 장면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팝의 명곡이라면 이 곡을 빼놓을 수 없다. 루이 암스트롱의 '이 멋진 세상'(What a wonderful world)이다. 이 노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곡이다. 그러나 전쟁터에서는 어떨까. 과연 아름다울 수 있을까. '굿모닝 베트남'(1987년)은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면서 이 노래를 들려준다. 부조화의 극치. 그런데 슬프고도 아름다운 장면이 됐다. 아름다워야 할 세상을 왜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는 웅변이다.
이 노래는 일본 밴드부 여고생의 이야기를 그린 '스윙 걸즈'(2006년)에서도 나와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2008년)에서는 '대니 보이'가 나온다. '대니 보이'는 아일랜드 민요다. 고향에서 쫓겨나와 고향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고향마을의 풍경. 나는 그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고향의 잔디로 돌아가고 싶다. 이 몸으로 못가면 꽃송이가 되든지. 나무 사이에 떨어지는 사과가 되더라도 돌아가고 싶다.'
이 노래는 단순한 음률의 민요지만, 고향을 그리워하는 인간 본성에 호소하기에 많은 아티스트들이 불렀고,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다. 죽어서라도 가고 싶은 나의 고향, 그리고 가족, 사랑하는 이. '대니 보이'는 한 순간에 그들을 고향으로 치닫게 했을 것이다.
영화 속 음악의 힘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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